[신율의 정치펀치] 여당 실종 사건

입력 2017-01-11 10:33수정 2017-01-1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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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번 대선의 특징은 야당 후보는 보이는데 여당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이번 대선에선 여당이 실종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여당 실종 사건’이 이번 대선의 특징이라는 것인데, 물론 이론적으로 보자면 여당은 엄연히 존재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직무정지 상태이긴 하나 분명히 새누리당 소속이기 때문에 여당은 새누리당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도무지 존재감이 없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마땅한 대선 후보가 없다. 대통령제하에서 대선 후보를 낼 수 없는 정당은 사실상 존재의 의미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이유는 이렇다. 정치의 근본은 ‘권력 획득’에 있다. 어느 나라 정치나 마찬가지다. 우리 국민들 중에는 정치를 ‘국민을 위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간혹 있는 것 같은데, 정치는 철저한 권력 현상이고 정치의 목적은 권력 획득에 있다. 단지 그 권력 획득을 위해 선거에서 이겨야 하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잘 보여야 하기 때문에 국민의 눈치를 볼 뿐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한다는 얘기는 결국 선거에서 이기겠다는 일종의 수식어로 보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 획득에서 멀어지면, 그것은 정치를 하는 집단인 정당으로서의 존재 의미가 없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대통령제를 실시하는 국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내각제 국가의 경우, 군소정당이라도 연정을 통해 여당이 될 수 있지만, 대통령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의 게임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제하에서는 적나라한 권력 게임이 벌이질 수밖에 없는데, 대선 후보가 없는 정당, 대선 후보가 보이지 않는 정당은 이런 환경에서 거의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 새누리당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지금 새누리당 내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들 수 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인적 청산을 위해 몇몇 친박 의원들에게 탈당을 요구하고 있고, 서청원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은 인명진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면서 버티고 있다. 이런 모습은 새누리당 지지율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그런데 몇 사람만 탈당하면 인적 청산이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비대위원장은 탈당을 권유할 수는 있어도 강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탈당을 강제한다면 그것은 출당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렇게 싸울 거면 비대위를 구성해 출당시키는 것이 나을 듯싶다. 그런데 우리 정치를 보면 상대방에게 “탈당을 해라” 아니면 “정계 은퇴를 해라”라는 식의 언급이 난무한다.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안희정 충남지사도 손학규 전 대표에게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 새누리당에서 탈당해라, 탈당 못 한다 하는 거야 생존을 위한 싸움이라고 할 수 있어 그나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안희정 지사가 가만히 있는 손학규 전 대표에게 갑자기 이런 식의 비난을 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정치권에도 금도는 있어야 한다. 탈당이나 정계 은퇴는 정치인 개인이 결정하는 것이지 상대가 강요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말들은 오히려 정치권의 갈등을 죽기 살기 식의 싸움으로 비화시킬 뿐이다. 어쨌든 지금 새누리당 내의 상황은 빨리 마무리돼야 한다. 가뜩이나 망할 판인데, 쫄딱 망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들로 제 역할은 고사하고 여당의 존재마저 위태로울 지경이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야당끼리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독특한 구도의 대선이 될 것 같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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