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오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향년 83세다.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1979년 이슬람혁명을 이끈 1세대 인물이다. 1979년 11월 내무장관에 임명돼 정계에 입문했다. 1989년 제4대 대선에서 당선돼 대통령을 역임했다. 재선에도 성공해 1997년까지 대통령 자리를 지켰다.
라프산자니는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피폐해진 이란 경제를 재건하고자 서방에 문호를 개방하고 실용적인 통치를 펼쳤다. 여성 인권 향상에 힘쓰고 이슬람법에 기반을 둔 극형을 반대하는 등 개혁주의 노선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89년부터 사망 직전까지 국정조정원회 의장을 맡으면서 최고지도자를 보좌했다. 라프산자니는 현재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가까운 동지였다.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라프산자니가 크게 이바지하기도 했다. 하메네이 총리는 “59년 우정을 나눴던 동지가 떠나가 마음이 편치 않다”며 심경을 밝혔다.
라프산자니는 2013년 대선에서 중도개혁 노선을 표방한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에게 ‘킹 메이커’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로하니 현 대통령 이전에는 1997년 이란의 대표적인 개혁인사인 모하마드 하타미의 대통령 당선에도 기여했다.
이란의 알리 코람 전 중국 대사는 “이슬람 혁명 전후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라고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을 평가했다. 파라사드 고반푸어 정치평론자는 NYT를 통해 “그의 개혁은 점점 힘을 잃긴 했지만,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었다” 고 말했다.
NYT는 현재 이란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보도했다. 라프산자니의 서거로 중도개혁 노선을 표방하는 로하니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라프산자니의 부재가 이란 지도부의 반미적 성향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의 관계도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