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핵심 인물 출석
지난 5일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소추위원 측은 증인신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증인으로 나선 윤전추(38) 청와대 행정관이 '준비된 증언'을 통해 대통령에 유리한 답변만을 내놓았기 때문인데, 이번주 열리는 변론에서 최순실(61) 씨 등 핵심인물 역시 같은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재판소는 10일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을 열고 '비선실세' 최 씨와 청와대 안종범(58) 전 수석, 정호성(48) 전 비서관을 증인으로 세울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 남용 등 헌법위반 사항과 뇌물수수 등 법률위반 사항에 대해 진술할 수 있는 증인인 만큼 이날 변론 내용은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 5일 증인으로 나선 윤 행정관은 처음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 심판정에 섰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긴장하거나 움츠러든 기색이 없었다. 세월호 7시간 등 각종 의혹에 관해 박 대통령에게 해명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상세히 진술한 반면 청구인 측이 답변을 원하는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말씀드릴 수 없다"로 일관했다.
윤 행정관은 종종 재판관들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자르고 미리 외워둔 듯한 답변을 내놓았다. 윤 행정관은 소추위원 측이 '대통령 개인업무 중 의상준비 외에 어떤 일을 보좌했느냐'고 질문했을 때는 난감하다는 듯한 웃음과 함께 박한철 소장을 쳐다보며 "재판장님 비공식 업무에 대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답변이 곤란한 질문이 나오면 '재판장님'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박 소장을 향해 소추위원을 제지해달라는 의사표시를 반복했다. 일반 재판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이날 윤 전 행정관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 '관저에 머무르며 보고를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하고, 최 씨가 기밀인 대통령 일정표를 들고 있던 부분에 대해서도 '나중에 알았다'며 상세히 답했다. 최 씨가 대통령의 옷값을 대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자신이 직접 의상실에 돈을 갖다줬다고 하는 등 박 대통령에 유리한 답변을 선택적으로 내놓았다. 대통령 일정표에 관한 추궁 과정에서는 '알지 못했다'는 평범한 대답 대신 "그 시점에는 인지하지 못했다"며 법률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날 소추위원 측도 '대통령'과 '피청구인'이라는 말을 혼용했지만, 윤 행정관은 일관되게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용어인 '피청구인'이라는 용어를 정확히 구사했다.
이날 소추위원 측은 3시간 30분여를 증인신문에 할애했지만, 예상보다 단단한 방어막을 뚫는 데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조금이라도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부분을 추궁하면 '대통령의 사적인 부분'이라거나 '업무상 말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비켜갔다. 이번 사건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보다 못해 "증언하는 내용 중에 본인이나 가족에게 범죄혐의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객관적인 사실은 충분히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굉장히 부정한 의혹이 있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재판관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비밀이라는 것은 변호사나 의사, 회계사 등이 업무상 알게된 비밀을 말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소추위원 측은 파면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 씨 등 10일 출석하는 증인 뿐만 아니라 이영선(39) 행정관과 이재만(51)전 총무비서관, 안봉근(51) 전 국정홍보비서관을 상대로도 유의미한 증언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 3명은 불구속 상태이기 때문에 '준비된 증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권성동 소추위원도 "이영선이 나중에 나오는 것은 윤전추의 증언 내용을 본 뒤 변론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12일 출석하는 조한규 세계일보 사장, 조현일 세계일보 기자는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 보도 이후 박 대통령의 언론탄압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어서 소추위원 측 부담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증언할 류희인(61) 전 대통령비서실 위기관리비서관도 같은날 심판정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