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말 자르고 불리할 땐 "재판장님..."…탄핵심판 '준비된 증언' 방패 뚫을까

입력 2017-01-09 09:26수정 2017-01-0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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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핵심 인물 출석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지난 5일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소추위원 측은 증인신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증인으로 나선 윤전추(38) 청와대 행정관이 '준비된 증언'을 통해 대통령에 유리한 답변만을 내놓았기 때문인데, 이번주 열리는 변론에서 최순실(61) 씨 등 핵심인물 역시 같은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재판소는 10일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을 열고 '비선실세' 최 씨와 청와대 안종범(58) 전 수석, 정호성(48) 전 비서관을 증인으로 세울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 남용 등 헌법위반 사항과 뇌물수수 등 법률위반 사항에 대해 진술할 수 있는 증인인 만큼 이날 변론 내용은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 5일 증인으로 나선 윤 행정관은 처음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 심판정에 섰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긴장하거나 움츠러든 기색이 없었다. 세월호 7시간 등 각종 의혹에 관해 박 대통령에게 해명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상세히 진술한 반면 청구인 측이 답변을 원하는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말씀드릴 수 없다"로 일관했다.

윤 행정관은 종종 재판관들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자르고 미리 외워둔 듯한 답변을 내놓았다. 윤 행정관은 소추위원 측이 '대통령 개인업무 중 의상준비 외에 어떤 일을 보좌했느냐'고 질문했을 때는 난감하다는 듯한 웃음과 함께 박한철 소장을 쳐다보며 "재판장님 비공식 업무에 대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답변이 곤란한 질문이 나오면 '재판장님'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박 소장을 향해 소추위원을 제지해달라는 의사표시를 반복했다. 일반 재판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박한철 소장. 사진=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날 윤 전 행정관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 '관저에 머무르며 보고를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하고, 최 씨가 기밀인 대통령 일정표를 들고 있던 부분에 대해서도 '나중에 알았다'며 상세히 답했다. 최 씨가 대통령의 옷값을 대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자신이 직접 의상실에 돈을 갖다줬다고 하는 등 박 대통령에 유리한 답변을 선택적으로 내놓았다. 대통령 일정표에 관한 추궁 과정에서는 '알지 못했다'는 평범한 대답 대신 "그 시점에는 인지하지 못했다"며 법률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날 소추위원 측도 '대통령'과 '피청구인'이라는 말을 혼용했지만, 윤 행정관은 일관되게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용어인 '피청구인'이라는 용어를 정확히 구사했다.

이날 소추위원 측은 3시간 30분여를 증인신문에 할애했지만, 예상보다 단단한 방어막을 뚫는 데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조금이라도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부분을 추궁하면 '대통령의 사적인 부분'이라거나 '업무상 말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비켜갔다. 이번 사건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보다 못해 "증언하는 내용 중에 본인이나 가족에게 범죄혐의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객관적인 사실은 충분히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굉장히 부정한 의혹이 있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재판관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비밀이라는 것은 변호사나 의사, 회계사 등이 업무상 알게된 비밀을 말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소추위원 측은 파면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 씨 등 10일 출석하는 증인 뿐만 아니라 이영선(39) 행정관과 이재만(51)전 총무비서관, 안봉근(51) 전 국정홍보비서관을 상대로도 유의미한 증언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 3명은 불구속 상태이기 때문에 '준비된 증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권성동 소추위원도 "이영선이 나중에 나오는 것은 윤전추의 증언 내용을 본 뒤 변론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12일 출석하는 조한규 세계일보 사장, 조현일 세계일보 기자는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 보도 이후 박 대통령의 언론탄압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어서 소추위원 측 부담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증언할 류희인(61) 전 대통령비서실 위기관리비서관도 같은날 심판정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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