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제약사들, '계산 안 서는' 정유년 캐시카우 전략

입력 2017-01-09 07:13수정 2017-01-09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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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0여개 의약품 제네릭 시장 개방 예고..과열경쟁ㆍ국내사 공동판매 등으로 제네릭 사업 불투명

“올해 제네릭 시장 5~6개를 공략할 계획을 세웠지만 어느 정도 매출을 기대할 수 있을지 전혀 계산이 서지 않습니다.”

한 국내제약사 영업본부장의 하소연이다. 제약사들이 신년 초 복제약(제네릭) 시장 전략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시장 환경의 변화로 과거처럼 제네릭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제약사들의 수익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제네릭 사업의 예측성이 떨어지자 전체 사업 계획도 불안정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특허 목록집에 따르면 올해 20여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존속기간이 만료된다. 제약사들간의 특허 전략에 따라 일부제품의 특허 만료일이 앞당겨지거나 늦춰질 가능성이 있지만 국내제약사들이 올해 새롭게 진입할 수 있는 제네릭 시장이 20여개에 달한다는 의미다.

▲올해 특허 만료 예정 주요 의약품 현황(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특허목록집)

아스텔라스의 배뇨장애치료제 ‘베시케어’, 화이자의 신경병증통증치료제 ‘리리카’, 로슈의 인플루엔자치료제 ‘타미플루’, 길리어드의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 등 수백억원 규모의 매출을 형성하는 대형 제품들이 주요 타깃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제네릭 발매가 시작된 고혈압복합제 ‘트윈스타’도 올해 제약사들이 역점을 두는 시장이다.

국내제약사들에 제네릭 시장 전략이 중요한 이유는 투입 비용 대비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제약사들은 적게는 1억원 이내의 비용으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진행하고 제네릭 허가를 받는다. 기존에 구축한 영업인력을 활용해 제네릭을 판매하기 때문에 새로운 인력도 필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제네릭은 ‘계산이 서는 시장’이라는 이유로 제약사들에 매력적이다. 이미 오리지널 의약품이 구축한 시장이 있어서 기대할 수 있는 매출이 어느 정도인지 미리 예측이 가능하다. 제약사들에게는 제네릭은 신약 개발의 종잣돈 마련을 위한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의 국내제약사들은 신년 사업계획을 구상할 때 기존에 판매 중이던 제품의 성장률과 함께 제네릭 신제품의 목표 매출을 토대로 주요 계획을 수립한다. 여기에 신약, 개량신약, 도입신약 등 시장 진입 시기나 매출액에 대한 변수가 많은 제품의 영업 전략을 추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올해 굵직한 제네릭 시장이 개방을 예고하고 있지만 예년에 비해 제약사들의 의욕은 저하된 분위기다. 지난 몇 년간 다양한 요인에 의한 시장 환경 변화로 대형 제네릭이 등장하기는 요원하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한정된 제네릭 시장에 진입하는 업체가 많아졌다. 위수탁 허가 규제의 완화로 직접 생산하지 않고 제네릭을 허가받는 업체들이 크게 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5년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을 인정받은 총 1215개로 2012년 588개에서 3년 만에 2배 이상 뛰었다. 1215개 중 다른 업체가 생산한 제품으로 허가받은 ‘위탁 제네릭’은 977개로 전체의 80.4%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제네릭 시장이 열린 ‘트윈스타’의 경우 3가지 용량에서 무려 118개의 제네릭이 쏟아졌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보험약가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도 제네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국내 약가제도에서 제네릭이 발매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보험약가는 종전의 70%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후 1년이 지나면 특허만료 전의 53.55%로 약가가 내려간다. 제네릭은 처음에는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59%까지 약가를 받을 수 있고 1년 후에는 오리지널과 마찬가지로 53.55% 가격으로 내려간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의 약가가 비슷할 경우 의료진들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제약사가 특허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영업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어 제네릭 제품의 진입을 저지하는 역할을 한다. 트윈스타의 경우 베링거인겔하임과 유한양행이 공동으로 진행한다.

▲길리어드와 유한양행이 공동 판매 중인 B형간염약 '비리어드'
올해 특허 만료가 예상되는 오리지널 의약품 중 매출 규모가 큰 제품들은 대부분 국내제약사들이 영업에 가세한 상태다. 베시케어는 아스텔라스와 보령제약이 공동으로 팔고, 화이자의 리리카는 제일약품이 영업 파트너다. 비리어드는 길리어드와 유한양행이 공동으로 판매 중이다.

지난 2015년 10월 제네릭 발매가 시작된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 시장이 제네릭 제품들의 집단 부진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바라크루드는 2015년 1666억원의 처방실적으로 국내 판매 의약품 중 전체 1위를 기록한 대형 제품이라는 이유로 제약사들의 관심이 컸다. 의약품 조사업체 유비스트의 자료를 보면 바라크루드의 제네릭 중 동아에스티의 ‘바라클’이 지난해 11월 누계 38억원의 원외 처방실적으로 1위를 기록했다.

바라크루드가 주로 국내제약사들의 영업력이 취약한 종합병원이나 간 전문 의원에서 많이 처방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초라한 성적표다. 동아에스티, 부광약품, 대웅제약, CJ헬스케어, 한미약품, 종근당 등을 제외한 60곳은 바라크루드 제네릭 제품이 10억원에도 못 미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이에 반해 바라크루드는 제네릭 발매에 따른 약가인하에도 불구하고 906억원의 매출로 건재를 과시했다.

올해에는 전체 처방실적 1ㆍ2위를 다투는 비리어드(작년 11월 누적 원외 처방실적 1399억원)의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 업체들의 무더기 공세가 예상되지만 제약사들은 큰 기대를 걸지 못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형 제네릭 시장이 열리면 통상 2년내 제네릭 제품들이 절반 이상의 시장을 잠식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점유율이 더 확대되는 상황도 연출된다”면서 “제네릭 사업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을 만들어 신약 개발에 투입하는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고혈압약 '트윈스타' 제네릭 등재 현황(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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