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조쉬 로젠스톡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수년간 소프트뱅크와 긴밀하게 협력해왔으며 이 펀드가 애플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며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공개한 ‘비전펀드’는 IT 업계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벤처펀드다. 당시 손 회장은 최대 1000억 달러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45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애플이 10억 달러 투자를 확정한 것이다.
애플의 이번 결정에 대해선 트럼프 당선인과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시도에서 비롯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대선 당시 “애플은 중국에서 철수해 미국에서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만들어야 한다”며 애플을 압박했다. 이렇듯 IT 기업과 제조업체에 일자리 창출을 압박하던 트럼프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화답한 것이 손 회장이었다. 손 회장은 지난해 12월 트럼프와 만나 미국에 500억 달러를 투자해 5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소프트뱅크는 아이폰을 일본에서 판매한 것을 계기로 애플과 돈독한 사이다. 그런 손 회장이 트럼프와 손을 잡으면서 간접적으로나마 애플과 트럼프 간에 쌓였던 긴장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신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나 아마존닷컴 같은 IT 경쟁업체들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을 채용한 제품을 출시하는 동안 애플은 기술 투자에 보폭을 넓히지 않았다. 아이폰에 더해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술을 적용한 애플워치 정도에만 집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비전펀드에 투자하면서 자동온도 조절 장치 같은 제품과 스마트폰의 기술 호환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IT 공룡들의 가세로 비전펀드의 전망은 밝다. 중동 산유국들의 투자도 비전펀드의 목표 달성을 뒷받침한다. 이미 450억 달러 투자를 공언한 사우디는 오일머니에 기대는 경제 구조를 바꾸고자 차세대 먹거리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유가로 타격을 입은 여타 중동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사우디 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할 필요가 있는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 등 국부펀드들도 현재 투자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