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 회장이 2014년 무산된 산하 미국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와 경쟁사인 T모바일의 합병에 재도전하고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환심을 사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정의 회장은 지난달 6일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일자리 5만 개 창출’을 공언했다. 이에 대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손 회장이 스프린트와 T모바일 합병 허가를 이끌어내려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에 적극적으로 응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에 500억 달러(약 60조4000억 원)를 투자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손 회장의 야심은 트럼프 당선인의 희망사항과 정확히 일치했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에 고용 창출을 제1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둘의 만남이 있고 난 뒤 같은달 28일에 트럼프 당선인은 “스프린트가 일자리 5000개를 국내로 가져올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공언하며 손정의 회장의 일자리 창출 발언에 쐐기를 박았다.
소프트뱅크는 미국의 3대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를 2013년에 인수했다. 이듬해인 2014년 T모바일과 합병을 시도했다. 미국의 1, 2위 통신사로 선두를 차지하는 버라이존과 AT&T와의 경쟁에서 몸집을 불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와 법무부가 반독점법을 근거로 양사 합병을 저지했다. 손 회장은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프린트와 T모바일 합병에 열렬히 반대한 FCC의 의장이 바뀌기 때문이다. FCC 의장은 정권이 교체되면 사임하는 관례가 있다. 이에 따라 2013년 취임한 톰 휠러 현 의장은 트럼프 새 행정부가 임기를 시작하면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지난달 중순에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미국 통신업체 AT&T와 미디어 기업인 타임워너의 합병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두 기업이 결합하면 ‘미디어 공룡’ 기업이 탄생해 심각한 독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통신 분야에서의 합병에는 비교적 관대할 것이라고 WSJ가 지적했다.
손 회장의 측근들은 아직 스프린트와 T모바일 합병에 대해 어떤 협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인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스프린트의 타렉 로비아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11월 스프린트가 먼저 자체 사업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M&A)을 허가하는 정책적인 변화가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