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20년] 매번 경제 틀 다시 짜자더니 ‘위기의 건망증’

입력 2017-01-0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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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보호무역주의 움직임 거세 속 국정공백에 경제위기 우려 목소리

지난해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정부 임기 말에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 준하는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2017년은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를 겪은 지 20년이 된다. 또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회사의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째 되는 해다.

한국경제는 다시 심각한 복합 위기 국면에 처해 있다. 세계 경제의 역동성은 뚝 떨어졌다. 각국의 정치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면서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거세다. 한국을 먹여 살리던 수출은 연일 내리막길이다. 수출 연간 5000억 달러 초과 기록도 6년 만에 무너졌다. 그렇다고 내수가 경기를 떠받칠 힘도 없다. 경제성장은 2%대로 굳어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국내 대표 기업들이 대가성 기금 출연에 줄줄이 연루돼 있다. 대기업들은 내년도 경영 계획을 수립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한다. 기업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 규모인 1300조 원까지 불어나 있다. 금융당국이 메스를 든 해운·조선업 구조조정은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빈사 상태로 가고 있다. 저금리로 겨우 버티던 국내 한계 기업들은 금리가 오르면 당장 부도 위기를 맞는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관리한 법정관리 기업 자산 규모는 30조 원이었다. 당시 1300여 개 기업이 법정관리를 받았다.

지난해 7월까지 법정관리 신청 기업은 562개로 지난해 540개를 훌쩍 넘었다. 관리자산은 30조 원 수준이다. 법정관리를 받는 기업 숫자는 1150곳으로 사상 최대다.

무엇보다 가계의 경제 상황이 외환위기 때보다 안 좋다. 가계소득 증가율은 1996년 12.0%에서 지난해 3분기(7~9월) 0.7%로 떨어져 6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청년층(만 15~29세) 실업률도 1996년 4.6%에서 지난해 상반기 10.3%로 치솟았다.

국내 경제의 시한폭탄인 가계부채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90.0%로 치솟았다. 2006년(52.7%)에 비해 10년 새 40%포인트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실물경제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3분기 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은 72.4%로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80.4%)보다 낮았다. 2015년에 신용평가 회사들이 신용등급을 떨어뜨린 기업은 159곳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71곳이 강등된 이후 최대치다.

기업정보 분석업체인 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재무 정보를 공개한 전체 기업(1352개) 중 413개(30.5%)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 하는 ‘좀비 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6년 전인 2010년보다 130곳 늘었다.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차관을 지낸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한국경제는 대내적으로 수출·소비·투자의 트리플 추락으로 활력이 떨어지고, 대외적으로도 미국 신(新)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환율전쟁, 미국 금리상승과 달러화 강세에 따른 신흥국 자금유출 증가,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제 성장둔화 등 불안요인이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우리나라가 탄핵정국에 들어서면서 구조조정과 구조개혁 등 주요 현안 과제가 완전 정지되고 관료들의 복지부동 등 국정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다”며 “1997년, 2008년과 같은 경제위기가 초래되지 않을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제2의 외환위기가 올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우리 경제가 20년 전 IMF 때와 비슷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는 유승민 의원 질의에 “그런 생각까지는 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일본식 저성장으로 돌입하는 것이 더 걱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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