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베 총리의 사죄 없는 외교…공분만 살 뿐

입력 2016-12-2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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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은 국제부 기자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행보였다. 현직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진주만을 찾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이야기다. 아베 총리는 27일(현지시간)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미국 하와이 진주만 공습 희생자 기념관을 찾아 헌화하고 묵념을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날 아베 총리는 2차대전 발발에 대한 그 어떤 사죄나 반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일본군은 진주만을 기습공격했고, 이 지역에서 200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이 공식화될 때부터 한국은 물론 주요 외신도 그가 사과할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1년 전인 지난해 12월 28일 한국과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를 했다.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지원한다며 한국의 ‘화해·치유 재단’에 10억 엔(약 103억 원)을 출연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협상 타결 당시에도 사죄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8월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10억 엔 기부를 통해 일본은 모든 책임을 완수한 것”이라고 말했고, 지난 10월에는 아베 총리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죄 언급 가능성에 대해 “털끝만큼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해 차례로 공분을 샀다.

일본은 전후 70여 년간 침략전쟁에 대한 사죄를 꺼려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이번 진주만 방문에서도 사죄나 반성이 아닌 ‘화해’에 방점을 찍었다. 아베 총리는 “전쟁에서 싸우던 미국과 일본이 이제 ‘희망의 동맹’이 됐다”면서 “세계인에게 진주만이 화해의 상징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일각에서는 예상치 못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정치·경제적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미·일 동맹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진정한 사죄 없이 계산기만 두드린 정치적 행보는 오히려 공분만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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