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LG를 시작으로 재계 이탈 ‘가시화’

입력 2016-12-2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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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정기회장단 회의도 무산 유력… 대내외 활동 사실상 올스톱

LG그룹의 탈퇴 통보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사실상 해체의 벼랑 끝에 몰렸다. 이미 전경련의 대내외 활동은 심각하게 위축돼 있는 상황이다. 연말을 맞아 진행해야 할 각종 회의나 내년도 사업계획 등을 전혀 진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쇄신안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LG그룹 27일 공식 탈퇴 선언 = LG는 올해 말부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에서 탈퇴키로 하고, 최근 전경련 측에 이같은 방침을 정식으로 전달했다. 4대 그룹 중 전경련에 탈퇴를 공식 통보한 것은 LG가 처음이다. LG 측은 이번 탈퇴 선언과 관련해 “앞서 LG는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힌 바 있고, 이를 실행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LG는 2017년부터 전경련 회원사로서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회비 또한 납부치 않을 계획이다. LG가 전경련에 납부하는 1년 회비는 30억~40억 원가량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이 과거 전경련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았던 것도 신속한 탈퇴 결정의 원인이라고 재계는 풀이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 정부 주도의 산업 구조조정 때 전경련이 구조조정 실무를 맡으면서, LG가 반도체 사업을 원치 않게 접게 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삼성-LG-현대’가 모두 반도체 산업에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부의 입장을 받아 전경련은 LG반도체와 현대전자 반도체사업부 합병에 이어, 현대전자의 경영권 인수 과정을 주도했다. 이후 채권단 관리를 받던 하이닉스의 미국 마이크론 인수가 불발되면서 LG 인수설이 나오자, LG 측은 “절대로 반도체 산업은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 녹지 않은 앙금을 드러내기도 했다.

어찌됐건 LG의 공식적인 탈퇴 선언으로 청문회 당시 탈퇴 입장을 밝혔던 기업들 역시 탈퇴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미 전경련 회비를 내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SK그룹은 전경련 탈퇴와 관련해 기존 입장과 변화가 없다며 “현재 관련 팀에서 전경련 탈퇴와 관련해 방식이나 시기 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내년 2월까지는 상황을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도 “현재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활동은 현재 ‘올스톱’ = 전경련은 아직까지 내년 2월 쇄신안을 내놓고 자체 개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제대로 개혁에 나설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내년 2월 쇄신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당장 다음달 있을 회장단 회의에서 쇄신안에 대해 논의해야 하지만 대부분 회원사들은 내년 1월로 예정된 회장단 회의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원래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주요 기업 총수 대부분이 불참해왔다”며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누가 참석을 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전경련의 대내외 활동은 사실상 ‘스톱’ 상태다. 다음달 초 임원 면접과 최종 면접만 남겨둔 상태이던 내년도 신입사원 채용 일정을 전면 중단했으며 그동안 전경련이 주최해 왔던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의 한국의 밤 행사도 열지 않을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전경련의 해체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라며, 고강도 개혁을 통한 싱크탱크로의 변화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요 회원사들의 탈퇴로 전경련의 존립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라며 “빠른 결단이 필요할 때인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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