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아의 소곤소곤] 장기투자 첨병으로 거듭나는 국민연금

입력 2016-12-2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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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부 차장

“국민연금이 자본시장 맏형다운 배포를 보인 것 같습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데 위탁사들의 중장기 성과를 우대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논란의 핵으로 떠오른 벤치마크(BM) 복제율을 반년 만에 폐지한다고 밝히자 업계에선 환호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자본시장 대통령’의 위상다운 결단이라는 중론이 대세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6월 위탁 운용사들에 △순수 주식형, 장기 투자형, 대형주형은 벤치마크의 50% 이상 △사회책임 투자, 가치형은 60% 이상 △중소형주형은 20% 이상 복제하라는 BM 복제율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펀드매니저들이 가이드라인에 맞춰 운용을 하다 보니 중소형주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이고, 대형주만 편식한다는 부작용이 불거졌다. 결국 이 같은 결과는 코스닥 시장 급락 원인으로 지목되고, 국민연금의 삼성 밀어주기 논란까지 낳게 된 것이다.

BM 복제율 본질이 왜곡되고 시장의 오해가 불거지자, 국민연금은 BM 복제 전략을 반년 만에 포기했다. 대신에 운용사들의 중장기 성과를 우대하는 새로운 수익률 평가 잣대를 최근 공개했다. 기존 1년 수익율 기준을 없애고 3년 수익률과 5년 수익률을 50대 50으로 반영, 중장기 투자 성과로 위탁 운용사들을 평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 같은 국민연금의 결정은 불과 1년 전 ‘일일 평가 시스템’으로 단타 매매 부작용을 일으켰을 때와는 정반대되는 행보다. 지난해 7월 당시 국민연금은 위탁 자산운용사들의 주식 자산 1년 수익률을 날마다 점검하는 일일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 도입으로 3년, 5년 수익률로 위탁받아 온 중장기 우수 성과 운용사들의 자금 회수가 빈번하게 이뤄졌다. 업계에서 기관자금 강자로 자리매김한 운용사들은 단타매매에 신경 쓰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연출된 것이다.

결국 시장의 부작용이 커지면서 국민연금은 일일 평가 시스템을 시행한 지 두 달 만에 접고 말았다.

물론 그간 거쳐온 과정들을 두고 보면 국민연금의 정책이 일관성 없이 수개월 사이에 빈번히 바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시장의 부작용이나 폐해를 지속적으로 감내하는 대신 업계가 원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키를 돌리는 일은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투업계 고위 관계자는 “강면욱 CIO가 국내 위탁사들의 단기 업적주의 대신 고유한 장기 투자 역량을 복돋아 주기 위해 BM 복제율 폐지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근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최순실 여파를 비롯, 삼성물산 합병 외압 의혹 등 여러 구설에 수난을 겪고 있다. 그러나 장기투자의 첨병인 ‘자본시장 대통령’에게 일련의 사태는 오히려 체질을 강하게 하는 고진감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라도 시장의 뜻을 읽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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