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찬우 이사장을 향한 곱지 않은 여의도의 시선

입력 2016-12-2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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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자본시장부 기자

취임 석 달째를 맞는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연이은 ‘깜짝 행보’를 두고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최근 거래소 임원의 절반을 교체하고, 임원 자리의 3분의 1을 없앤 데 이어 이번에는 지난 2년 가까이 거래소의 최대 과제였던 지주사 전환을 사실상 접기로 했기 때문이다.

거래소의 사업 방향을 결정하고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수장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충격을 주는 이유는 취임 이후 줄곧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리며 은둔하던 정 이사장의 갑작스런 결정이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이 어떤 구상을 하고 있었는지 조금이라도 짐작했던 이는 많지 않다.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 중단은 정 이사장의 자기부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 이사장이 거래소 이사장에 낙점된 것은 금융투자업계에서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불리는 그가 정치권과 긴밀히 소통해 지주회사 전환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 스스로도 불과 3개월 전 취임사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로 밝힌 바 있다.

인사를 두고도 말이 많다. 칼을 빼 들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인사 결정 과정이 지나치게 불투명하고 성급했다고 보고 있다. 정 이사장이 임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것은 지난 14일이었고, 인사 단행은 16일로 불과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더욱이 정 이사장이 이번에 임원으로 승진시킨 한 인사는 금융위 부위원장 시절부터 아꼈던 인사라는 소문이 돈다. “일괄 사표 제출은 ‘코드인사’를 위한 요식 행위였다”는 극단적 비판이 제법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거래소 로비에는 여전히 정 이사장 취임 당시 거래소 노조가 설치한 ‘낙하산 저지’ 천막이 있다. 거래소와 업계 안팎에서는 지나치게 파격적인 조치가 오히려 정 이사장의 리더십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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