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권한에다 떡고물도 챙길 수 있어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아파트 관리비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전기·수도·가스·난방비와 같이 사용량에 따라 부과되는 항목은 큰 문제가 없지만 일반 수선비· 입주자 대표회의 운영비와 하자 보수 관련 공사 등은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바자회나 장터 등의 행사를 통해 얻어지는 이익금이 관계자의 개인용도로 사용되는가 하면 관련 업자와 결탁해 불필요한 공사를 벌이는 일도 자주 생긴다. 공개 입찰을 피하기 위해 공사금액을 작게 만들어 여러번 나눠 공사를 수행하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가구 수가 300세대 미만의 작은 아파트 단지는 관리비 공개 의무가 없어 대표단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기 힘들다.
그래도 기존 아파트는 괜찮은 편이다. 입주자 대표 등이 바뀌면서 각종 비리가 들어나 섣불리 장난을 칠 수 없다.
새 아파트가 문제다. 관리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데다 입주민들도 주변이 생소해 일상 업무를 익히는데 정신이 팔려 아파트 관리비 사용처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동 대표를 비롯한 입주자 대표단 투표 참여도가 낮다.
새 집에 입주하게 되면 손을 봐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어서 외부 업무는 잘 챙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런 와중에 제대로 검증되지 않는 사람이 동대표나 입주민 대표자로 선출되기도 한다.
일부는 입주자 대표가 되려고 기를 쓰기도 한다. 입주자 대표가 관장하는 비용이 적지 않아서다.
외형적으로 봉사직이지만 보이지 않는 이득을 보고 입주자 대표단이 되기도 한다는 소리다.
이런 사람 중에는 관리비 문제 등으로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가 생긴다. 입주자들의 무관심을 틈을 타 자기 잇속을 챙기기도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세종시는 아파트 관리비 부조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시가 직접 아파트 관리 실태 파악에 들어갔다.
세종시는 다 새 아파트여서 관리비를 둘러싼 분쟁 우려가 있어서다. 회계사·변호사·건축사·주택관리사·담당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감사반이 현장 점검 등을 통해 아파트 관리에 문제점이 발견되면 형사 고발은 물론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 조치를 하고 있다.
감사 대상은 120여개 단지에 총 6만여 가구로 알려진다.
새 아파트 단지는 전국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이들 단지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단이 구성되면 먼저 청소·경비 등을 담당하는 관리회사부터 바꾸는 경우가 많다. 일반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일부 단지는 이미지 개선 명목으로 멀쩡한 아파트 이름을 바꾸는가 하면 차량 스티커까지 교체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단지 내 각종 디자인을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투입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 돈은 다 입주민이 부담해야 한다.
이런 중대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세입자가 아닌 실제 아파트 소유자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규정대로 절차를 밟았는지 알기 힘들다.
물론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입주자 대표단도 많다.
개중에 사리사욕에 눈이 먼 대표단도 없지 않지만 말이다.
그동안 정부는 아파트 관리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주민 동의율을 높여 대표단의 무분별한 사업을 방지하고 감시 강화를 위한 새로운 아파트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