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의 경제 바로보기] 트럼프 당선…한국경제, 원칙에 충실해야

입력 2016-12-1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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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브렉시트에 이어 11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세계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트럼프의 공약은 아주 공격적이다.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 정책, 불법이민 규제, 환율전쟁과 45%에 이르는 보복 관세, 소득세와 법인세의 대폭 인하,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국방비 지출의 대폭 확대, 에너지산업과 금융부문의 규제 완화, 기후변화의 부정, 금리정책의 정상화와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투명성 강화 등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상충되는 것도 있어 공약대로 모두 시행되지는 않겠지만,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시장에서 받아들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외의 다른 나라들에는 대부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 EU, 중국, 브라질 등 많은 나라에서 주가와 통화가치가 떨어졌다. 보호무역주의와 환율전쟁 가능성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를 중심으로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실물과 금융 면에서 모두 개방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당연히 트럼프 당선 이후 주가는 지지부진하고 환율은 상당 폭 올랐다. 트럼프노믹스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조금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한국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아 트럼프의 보호주의와 FTA 재협상, 보복 관세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다. 보복 관세 등으로 인한 중국과의 무역 전쟁은 한국의 대(對)중국 중간재 수출을 감소시킬 것이고, 중국의 경기침체는 대중국 소비재 수출도 위축시킬 것이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의 보호주의로 인한 세계 교역량 감소도 한국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직접 규제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인위적인 고(高)환율정책은 과거 수차례 문제가 되었으며, 한·미 FTA의 적극적인 이행과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다. 모두 한국의 대미 수출에 영향을 주겠지만 한·미 FTA는 부정적 영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도 한·미 FTA로 인해 농업과 서비스업, 일부 제조업 등에서 이익을 많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의 재협상이나 폐지는 산업별, 기업별로 손익이 크게 갈리겠지만 한국경제 전체로는 별 손실이 없을 수도 있다. 한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실물 부문의 충격은 장기적으로 나타나겠지만, 금융 부문의 충격은 더욱 급격히 나타날 것 같다. 한국 시간으로 어제 미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였다. 미국이 앞으로 0.25%포인트씩 2번 더 올리면 한국과 같은 1.25%가 된다. 2017년에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3~4회 인상될 수 있다. 그간 부동산 경기부양 등을 위해 과도하게 낮춰온 한국의 금리정책이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보다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것은 심각한 금융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도박이다. 그렇다고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올리면 1300조 원까지 늘어난 가계부채의 위험이 현재화된다.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 오고 있다.

어려울수록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가계부채의 증가는 최대한 억제하고, 가계소득은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괜찮은 일자리도 만들어내야 한다. 서민금융을 활성화해 취약계층의 금리 부담을 낮추어야 한다. 모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려운 과제이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단기 대책으로는 개인 신용회복제도를 확충해 정상적인 채무이행이 어려운 사람들의 회생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현재의 개인워크아웃제도와 개인회생제도는 채무자 입장에서 보완할 부분이 많다.

이러한 정책들은 가계부채를 늘려 집값, 집세를 올리고 성장률을 조금 높여 왔던 기존 경제관료들이 추진하기엔 어렵다. 아무리 관료들에게 영혼이 없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해오던 정책을 완전히 되돌리기는 만만치 않다. 한국 경제를 위해 다행인 점은 박근혜 정부가 훨씬 빨리 끝나게 된 것이다. 경제가 수렁 깊숙이 들어가기 전에 회생의 기회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틀에 대한 논의가 빨라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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