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에 분통 터지고, 부실 청문회에 화병난다

입력 2016-12-1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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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증인 대부분 불참하고 참석자는 모르쇠 일관…의원들도 준비 부족 엉뚱한 질문 남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15일까지 4차례에 걸쳐 청문회를 진행했다. 전국에 생중계되며 국민의 관심을 모았지만, 애초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기사 4면>

부실 청문회의 가장 큰 원인은 핵심 증인의 불출석이다. 이번 사태의 주인공인 최순실 씨를 비롯해 그의 전 남편 정윤회와 딸 정유라, 우병우 청와대 전 민정수석, 청와대 문고리 3인방 등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할 키를 쥐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출석을 회피했다. 이들이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에는 ‘공황장애’, ‘극심한 스트레스’, ‘생계 유지’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들이 제시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국조특위는 매번 청문회를 열 때마다 불출석 증인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추적에 나섰지만,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를 데려왔던 것 외에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그나마 출석한 증인들도 대부분 모르쇠 답변을 이어가 의혹만 키웠다. 도덕적인 부분에 대해선 사과도 하고 일부 증언도 했지만, 자신의 혐의와 관련 있거나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질의에는 “기억이 안 난다” “모르겠다” “사실이 아니다”라는 답으로 피해갔다.

질의자인 특위 소속 의원들의 준비 미흡과 묻지마 식 추궁 등 구시대적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9개 그룹 총수 등 기업인들을 대거 불러놓고 사건과 관계없는 갑을관계 개선, 일자리 창출을 주문하는가 하면 엉뚱한 질문을 하다가 되레 역공을 당하며 망신을 샀다. 또 이른바 ‘세월호 7시간’ 문제를 대통령의 미용·시술에 억지로 끼워 맞추다 보니 본질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개인 정보를 물으면서 생방송 도중 휴대전화 번호가 유출되는 사례까지 나왔다.

다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제도 개선을 통해 청문회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기관의 자료 제출 의무 범위를 넓히고, 증인의 불출석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강화해 질의와 답변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들이다.

청문회를 준비했던 한 실무자는 “질의자 1인당 7분으로 제한된 짧은 시간이 진상 규명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릴레이식 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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