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시장 규모 팽창 흐름ㆍ'시부트라민' 퇴출 직전 수준 회복..일동ㆍ광동 신제품 발매로 시장 확대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지난 2009년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의 갑작스러운 퇴출로 시장 규모가 축소됐지만 최근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한 새로운 제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빠른 속도로 과거 수준으로 회복하는 흐름이다.
6일 의약품 조사기관 IMS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5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0% 늘었다. 2년 전(2014년 3분기)보다 38.0% 성장했고 2012년 3분기 145억원보다 73.1% 증가할 정도로 매년 지속적인 상승세다. 2009년 3분기(271억원) 이후 7년 만에 기록한 최다 매출이다.
과거 비만치료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시부트라민’ 성분 약물의 퇴출 이후 전체 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위축된 이후 점차적으로 회복세를 나타내는 분위기다.
한 때 식욕을 억제하는 ‘시부트라민’ 제제가 가장 많이 팔리며 시장을 주도했지만 지난 2010년 심혈관 부작용 위험성을 이유로 퇴출되면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장기간 부진에 빠졌다.
의약품 조사 업체 IMS헬스의 자료를 보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009년 1162억원에서 2014년 667억원으로 급감했다. 시부트라민의 퇴출 이후 지방분해억제제, 향정신성의약품 등과 같은 기존치료제가 의료진과 환자들에 만족감을 주지 못하며 전체 시장도 쪼그라들었다.
최근 비만치료제 시장 성장세의 주역은 일동제약의 ‘벨빅’이다. 지난해 2월 국내 허가를 받은 벨빅은 일동제약이 미국 아레나제약으로부터 도입한 비만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으로부터 13년만에 체중조절제로 승인받은 신약이다.
벨빅은 국내에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받았지만 '오랜만에 등장한 안전한 비만치료제'라는 후광을 업고 국내 데뷔 이후 단숨에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3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알보젠코리아의 ‘푸링’(82억원)을 여유있게 제쳤다. 올해 3분기 누계 매출은 116억원으로 전체 비만치료제 시장의 16.2%를 차지했다.
광동제약이 지난 6월 내놓은 새로운 비만치료제 ‘콘트라브’도 시장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업체 오렉시젠으로부터 수입한 콘트라브는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2015년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승인받은 약물로 과체중 또는 비만 성인환자의 체중조절에 사용된다.
콘트라브는 자율신경제제 식욕억제제로 '날트렉손'과 '부프로피온'을 결합한 복합제다. 부프로피온이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억제해서 시상하부의 POMC 뉴런을 자극하면 식욕이 억제된다. 이 자극을 지속시키기 위해 날트렉손이 POMC의 자가억제 기능을 차단해 식욕억제가 효과적으로 지속되는 원리다.
콘트라브는 올해 3분기에만 1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비만치료제 매출 순위 9위에 랭크됐다. 비만치료제는 여름철을 앞둔 매년 2ㆍ3분기에 수요가 급증하는데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높아 콘트라브도 내년 봄부터는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벨빅과 콘트라브의 등장에 힘입어 올해 3분기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시부트라민제제 퇴출 직전(2011년 2분기 282억원) 수준에 근접했다. ‘효과 좋고 안전한 약물만 내놓으면 흥행은 보증수표’라는 비만치료제 시장에 대한 속설이 시장에서 확인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치료제는 장기 사용에 대한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았거나 환자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약물 복용으로 살을 빼려는 잠재적인 수요가 많아 효과 좋고 안전한 약물이 등장하면 언제든지 파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