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을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주춤한 성적을 거두는 사이 스마트폰과 관련한 수백 개의 부품 공급사들이 휘청거리게 됐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들 부품공급사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자 생존을 위해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컨설팅업체 가트너는 올해 전체 스마트폰 판매가 7%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스마트폰 제조와 관련한 광범위한 산업의 성장세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게 됐다. 이와 관련해 FT는 “나무를 흔들면 나뭇가지에 붙어 있는 수백 개의 부품 공급사들이 흔들린다”고 표현했다. 스티븐 펠라요 HSBC 기술분석가는 “스마트폰 시장은 매년 15억 개가 판매되는 거대한 시장”이라면서 “PC와 태블릿 시장이 상대적으로 작아진 것처럼 모든 것의 매출이 감소되는 슈퍼사이클이라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펠라요 분석가는 차세대 동력이 무엇이냐에 따라 전 세계 전역에 있는 스마트폰 부품사들의 생존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과 대만 한국, 중국 전역에는 스마트폰 관련 부품사가 있다. 특히 애플만 놓고 보면 아이폰 제작에 종사하는 공급사는 200개가 넘으며 대부분 아시아 기업이다. 스마트폰 판매 성장세가 부진하면서 이들 부품 공급사도 위태로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혼마 마쓰루 재팬디스플레이(JDI)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스마트폰 시장의 퍽퍽한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 재팬디스플레이의 경우 스마트폰 부품 납품이 회사 전체 매출의 85%를 차지하며 이중 절반은 애플에서 나온다. 홈마 CEO는 “우리가 계속 스마트폰에만 유지한다면 5~10년 뒤에는 아마 JDI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면서 “우리는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JDI는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과 관련한 부품 공급 등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한때 스마트폰에 사활을 걸었던 소니 역시 스마트폰에서 눈을 돌려 IoT 시장에 베팅하고 있다. 소니는 현재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이미지 센서 시장의 40%를 장악하고 있다. 회사는 이미지 센서가 스마트폰 외에 여러 기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지 센서의 새로운 시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소니는 그중 하나로 자동차 산업의 잠재 수요에 기대를 걸고 있다. 회사는 2025년 미래의 자동차에는 2~3개의 이미지 센서가 탑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이 더디지만,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역시 진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라고 FT는 지적했다. CLSA의 체리 마 기술분석가는 “스마트폰 제조사 브랜드가 스마트폰 판매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주목해야 한다”면서 “현재 스마트폰 매출 성장을 주도하는 두 가지 트렌드가 있는데 하나는 카메라와 사운드 등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업체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처럼 저가 제품으로 소비자에 소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