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합의...최후 승자는 미국 셰일오일 업계?

입력 2016-12-01 15:20수정 2016-12-0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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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신화연합뉴스(171차OPEC 정기 총회 모습.)

1년 전 국제유가가 계속 곤두박질치며 배럴당 20달러대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량 동결 합의가 불발됐을 때만 해도 시장에서는 OPEC이 석유 카르텔로서 시장 가격 조정자 역할을 사실상 포기했다며 “OPEC은 죽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달 30일(현지시간) OPEC이 2008년 이후 8년 만에 감산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OPEC이 원유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에너지 애스펙츠의 암리타 센 수석 오일 에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OPEC은 죽었다고 주장하던 회의론자들에 대한 경종”이라며 “OPEC은 재고를 줄이고자 감산에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OPEC 내 3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라크가 서로의 입장차를 극복한 게 이번 합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여기다 비 OPEC 국가인 러시아가 처음으로 감산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합의는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산 합의 소식에 이날 국제유가 선물은 한때 약 10% 상승했고, 증시에서는 주요 원유 수출국 통화와 에너지 관련주도 강세를 보였다. 다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기엔 몇 가지 전제가 붙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우선 OPEC 회원국들이 이번 합의 내용을 얼마나 준수하느냐다. 과거에도 합의 내용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OPEC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는 하루 생산량을 48만6000배럴 줄여 1005만8000배럴로 정했다. 이라크는 10월 수준에서 하루 21만 배럴 감산에 동의했다. 이라크는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 국가(IS)’와 싸워야 한다는 이유로 감산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구했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는 각각 하루 13만9000배럴과 13만1000배럴을 감산하기로 했다. 비 OPEC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도 하루 30만 배럴 감산하기로 했다. 당초 60만 배럴 감산이 검토됐으나 합의 과정에서 조정됐다. 인도네시아는 원유 순 수입국이라는 이유로 이번 감산 합의에 동참하지 않았다. 이에 OPEC 재가입 1년 만에 회원국 자격이 일시 정지됐다. OPEC은 이번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추가로 6개월 연기할지 여부를 내년 5월 25일 열리는 차기 총회에서 결정할 방침이다.

또 한 가지는 OPEC의 감산을 계기로 라이벌인 미국 셰일오일 업계가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다. OPEC이 감산에 나서더라도 미국 셰일오일 업계가 생산량을 늘리면 OPEC 역시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산유량을 다시 늘릴 수 있다. OPEC의 감산 합의에 미국 셰일오일 업계가 찬물을 붓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OPEC 회원국들은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 사이의 골디락스 존에 머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 수준은 OPEC 산유국들의 수입을 증대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미국 셰일오일 업계의 수익성을 개선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게 되면 상당한 규모의 증산이 이뤄질 것”이라며 결국 고사 직전의 위기에 몰린 미국 셰일오일 업계에 구명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이같은 전망은 즉각 증시에도 반영됐다. 30일 뉴욕증시에서는 미국 셰일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화이팅페트롤리엄의 주가는 약 32% 폭등하며 13년 만에 최대 일일 상승폭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고문 해롤드 햄이 설립한 콘티넨탈 리소시스는 25% 뛰며 2008년 이후 최대 오름폭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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