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 ‘와인동호회’와 ‘막걸리동호회’

입력 2016-12-0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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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에는 비슷한 취미를 즐기고자 하는 동호회가 구성되어 있다. ‘등산동호회’, ‘테니스동호회’, ‘꽃꽂이동호회’, ‘클래식음악동호회’ 등 아주 다양하다. 직원의 복지 차원에서 동호회에 경비를 지원하는 기업들도 있다. 와인동호회가 있는 어떤 기업에서 ‘막걸리동호회’를 만들려고 했으나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기 어렵지만, 와인은 술 마시는 것 외에 문화와 테이블 매너 등 지킬 게 많지만, 막걸리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실제 와인에는 많은 이야깃거리와 다양한 문화가 녹아 있다. 세계무대에 나가 외국인을 만나려면 와인에 대해 좀 알고 매너를 익혀야 편하게 식사 자리를 같이할 수 있다.

국내에 와인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와인 관련 책이 여러 권 나왔고 , 동호회와 교육기관 등도 많이 생겼다. △음식에 따라 와인 고르는 법 △산지별 와인의 특성 △와인 병을 따고 잔에 따르는 법 △잔을 들고 마시는 법 등 와인 매너들도 꽤 알려졌다. 와인 바도 많이 생겨 와인 마시기가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일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와인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비해 막걸리는 깊은 뿌리를 가진 우리 술임에도 불구하고 흥미 있는 이야깃거리나 문화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렵다. 오래전부터 농주나 서민의 술로 마셔왔다는 것, 가난한 천상병 시인이 밥 대신 마셨다는 것 정도만 알려져 있다. 여기에다 현재 우리가 마시는 막걸리는 거의 대부분 예전 조상들이 마시던 막걸리와는 만드는 법이 완전히 다르다. 당연히 맛도 다를 것이다. 지금의 막걸리는 대부분 일본에서 유입된 주조방식으로 만들어지며, 과거에는 없었던 인공 감미료인 아스파탐 등을 넣어 맛을 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막걸리는 지역이나 제조사별로 차이가 거의 없고 전통과도 단절되었다. 막걸리와 관련된 우리의 문화도 생겨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막걸리를 포함한 우리 술은 좀 더 다양해져야 한다. 인공 감미료를 넣어 싸게 만드는 술뿐 아니라 전통 주조법에 뿌리를 둔 술, 일일이 손으로 정성을 담아 만든 명품 술 등 종류가 아주 많아야 한다. 가격도 병당 1000원부터 10만 원이 넘는 술까지 다양해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우리 사회의 엘리트층이 와인이나 일본 청주 대신 좋은 우리 막걸리를 마시고, 막걸리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상당히 비싼 가격의 수제 맥주가 팔리는 것을 보면 불가능하진 않아 보인다.

직장에서 막걸리동호회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시중의 1000원짜리 막걸리를 사서 마시기 위해 모임을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 막걸리와 우리 술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뜻이 모아지면 막걸리도 변할 것이다. 막걸리동호회를 위해 건배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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