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잊히는 것들에 대하여

입력 2016-12-0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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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비 정책사회부 기자

사회부 기자가 된 뒤 생긴 습관이 있다. 짬이 나면 이전 기사를 찾아보는데, 처음에 바짝 관심이 쏠리다가 결국 흐지부지되는 사안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변호사의 겸직 제한 문제도 올해 초 변호사들 사이에서 관심이 뜨거웠지만, 지금은 잊힌 일 중 하나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는 지난 3월 변호사의 사외이사 겸직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겸직 허가 및 신고에 관한 회규’를 개정했다. 또 이귀남·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징계하는 방침을 세웠다. 두 사람은 지방변호사회에 별도의 신고 없이 각각 기아자동차와 CJ그룹 사외이사를 맡았다. 당시 서울지방변호사회(이하 서울회)는 “법무 사무의 최고책임자로서 누구보다 법 준수에 앞장설 책임이 있는 이들의 겸직 제한 규정 위반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이 떨어지면 무엇이든 동력을 잃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수면 위에 오른 후 가습기 살균제, 정운호 게이트,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등의 굵직한 사건들은 금세 잊혔다. 경중을 떠나 사외이사 문제 역시 예외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징계 절차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묻는 질문에 서울회는 최근 “조사위는 독립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간섭할 수 없다. 현 집행부 임기 내에는 결론을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답했다. 조사위 다음 단계인 징계위원회는 아직 열리지도 않았다는 이야기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공직자 출신 변호사는 개업하기 전 5년간 맡았던 일과 관련된 기업의 업무를 퇴직일로부터 3년간 겸직할 수 없다. 변호사가 변호사 업무 외에 기업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취지를 살려 징계의 필요성을 느꼈다면 서울회 현 집행부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징계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집행부가 바뀌면 또 다른 새로운 현안에 묻힐 가능성이 크다.

12월이다. 눈 깜짝할 사이 2016년의 한 해가 끝나겠지만, 우리에겐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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