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의해 납부했다”던 롯데, ‘뇌물 공여자’로 바뀔 가능성 제기돼

입력 2016-11-25 08:38수정 2016-11-2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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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최순실(60) 씨를 기소한 검찰이 24일 롯데와 SK, 기획재정부 등 1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최 씨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를 잡았기 때문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수사 상황을 보면 1차 기소 때 ‘피해자’로 기재된 기업들은 추가 기소 때 ‘뇌물 공여자’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는 이날 확보한 면세점 사업 관련 자료 등을 토대로 롯데와 SK가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청탁을 했는지 분석 중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나 개별 면담했다. 최 씨가 기소될 때 문제된 기업의 총수들 대다수가 이틀간 독대했던 지난해 7월과는 별개의 만남이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이 지난 2월 비공개 면담자리에서 이뤄진 대화를 조사하던 중 미심쩍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와 SK는 이즈음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각각 75억 원, 80억 원의 추가 지원을 요청받았다. 이미 거액의 재단 출연금을 낸 뒤였다. 당시 롯데는 월드타워점 면세점 사업 인허가를 받기 위해 애타는 상황이었고, SK 역시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특허 사업권 신청을 놓고 고심 중이었다. SK네트웍스가 기존에 운영하던 워커힐면세점 사업을 정리하려다가 이즈음 면세점 사업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도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롯데가 75억여 원을 K스포츠재단 측에 줬다가 검찰 수사를 계기로 돌려받은 내용은 이미 최 씨의 직권남용 혐의에 포함됐다. 검찰은 삼성 측이 최 씨 모녀 측에 직접 수십억 원을 건넨 부분을 1차 기소에서 빼놓았다. 추가 수사를 벌여 직권남용이 아닌 제3자 뇌물로 혐의를 구성하기 위해서다. 검찰이 이미 ‘강제로 냈다’고 결론 난 롯데 자금을 놓고, 다시 고강도 수사를 벌인 것은 의외의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이 롯데 70억 원과 관련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실체적 경합이라는 게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체적 경합’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범죄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최 씨의 공소장에 ‘피해자’로 기재된 롯데그룹이 추가기소 때 뇌물공여 혐의의 ‘피의자’로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롯데 측이 지난 6월 돈을 돌려받았지만, 뇌물수수죄는 돈이 건네진 시점에 이미 성립되므로 대가성이 입증되면 혐의 구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한편 검찰은 이날 문형표(61)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 이사장)을 불러 15시간여에 걸쳐 조사했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그는 조사 과정에서 청와대 외압이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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