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60) 씨의 국정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삼성과 국민연금의 유착 의혹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최 씨 측에 직접 돈을 건넨 삼성 관계자들이 뇌물공여죄로 처벌될 수도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3일 국민연금공단 전주 본부와 서울 강남 기금운용본부, 삼성 서초사옥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사무실, 홍완선(61)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사무실 등 총 4곳을 압수수색 중이다.
검찰은 문형표(61)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홍 전 본부장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문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 당시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홍 전 본부장은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는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 전문위원회를 생략하고 투자심의위원회를 열어 논란을 빚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1.21% 지분을 가지고 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해 손실을 감수하면서 찬성표를 던졌다. 검찰은 삼성이 최 씨 모녀에게 각종 특혜 지원을 한 것과 국민연금의 합병안 찬성이 연관이 있는 지를 검토할 예정이다. 삼성은 최 씨 모녀가 독일에 세운 '비덱 스포츠'에 280만 유로(35억여 원)를, 최 씨의 조카 장시호(37)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센터에도 16억 원을 지원했다.
거액의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금과 별개로 건네진 돈이 국민연금을 움직인 것과 연관성이 있다면 삼성 관계자들이 제3자 뇌물 공여죄로 처벌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최 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수석을 기소하면서 공소사실에 삼성의 자금 지원 부분을 넣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20일 최 씨의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것을 감안해 혐의 입증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직권남용을 적용하고, 제3자 뇌물에 관해서는 대통령 조사 등을 거쳐 추가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르면 23일 청와대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요구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7월 1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찬성률 69.53%로 합병계약서 승인 건을 가결했다. 당초 삼성물산 지분 7.12%를 매입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합병 저지 시도는 불발됐다. 삼성물산이 표결에서 특수관계인·계열사(13.92%)와 KCC(5.96%), 국민연금(11.21%)의 찬성표에다 국민연금 외 국내기관(11.05%) 대다수의 지지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 합병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실질적 지주사인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돼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게 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두 회사가 합병하기 직전에 옛 삼성물산 지분 11.61%와 제일모직 지분 5.04%를 보유했다. 합병 후 출범한 삼성물산 지분으로 현재 5.78%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