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트럼프 리스크에 아이폰 미국서 생산 검토…비용 2배·가격 90달러 오른다

입력 2016-11-1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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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위탁생산업체 혼하이·페가트론에 이전 검토 요청

▲애플이 도널드 트럼프 리스크에 아이폰 미국 생산을 고려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대만 혼하이정밀의 중국 선전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블룸버그

애플이 아이폰 생산라인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옮길지도 모른다. 애플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역풍을 우려해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혼하이정밀공업과 페가트론에 미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검토를 요청했다고 18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혼하이와 페가트론 모두 대만업체이지만 핵심 생산기지는 중국에 있다. 또 애플은 아이폰 핵심 부품을 아시아에서 조달하고 있다. 아이폰7용 AP칩은 대만 TSMC에서, 디스플레이는 일본 재팬디스플레이와 샤프, 메모리칩은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일본 도시바로부터 각각 조달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6월 혼하이와 페가트론에 미국에서 아이폰을 조립하는 방안 검토를 요청했다. 혼하이는 자사 매출의 5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애플을 고려해 검토에 들어갔으나 궈타이밍 회장은 생산비용 증가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으며 페가트론은 애플 제안을 거절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 시기는 트럼프가 위탁생산을 이유로 애플을 공공연하게 비판하던 시기와 겹친다. 트럼프는 지난 1월 미국 버지니아 주 리버티대학 연설에서 “우리는 애플이 다른 나라가 아니라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3월 슈퍼화요일 경선 승리 연설에서는 “애플이 중국에서 생산할 때 미국에 어떤 도움이 됐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러스트벨트(Rust Belt, 제조업이 쇠락한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 지역)’ 백인 근로자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승리하면서 생산기지 이전 우려가 타당하게 들리게 됐다.

다만 애플이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면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이 미국에서 생산되면 비용이 두 배로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이슨 데드릭 시러큐스대 교수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핵심 부품을 아시아 각국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미국으로의 운송비가 많이 들 것”이라며 “이에 아이폰 가격이 90달러(약 10만5800원) 올라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생산라인을 이전할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 이미 미국으로 일자리를 되돌려야 한다는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의 정책에 혼하이는 지난 2012년 텍사스 주에 아이맥 조립라인을 건설했고 싱가포르 위탁생산업체 플렉스트로닉스는 그다음 해 같은 주에 맥프로 생산라인을 세웠다. 혼하이 자회사 샤프의 사장이자 궈타이밍의 오른팔인 다이정우는 “우리의 핵심고객이 미국 내 생산을 요구한다면 우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플이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한다 하더라도 현지 근로자들이 매우 단순하고 노동집약적인 작업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미국 CBS방송의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미국에서는 아이폰을 생산할 만큼 숙련된 근로자가 충분하지 않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심지어 중국에서도 젊은층의 제조업 일자리 회피가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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