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호무역 강화땐 韓 불확실성↑
정책방향·금리인상 시점 ‘오락가락’
코스피 회복됐지만 낙관은 힘들어
5곳 중 현대證 “1880선” 최저 예상
“당분간 증시패닉 없어” 한목소리
설마가 현실이 됐다.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것이다. 예상 밖의 결과 앞에서 국내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가 트럼프 집권에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현재까지 국내 증시는 충격을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이다. 다만 향후 증시흐름을 낙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전반적인 시각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당분간 변동성이 큰 장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코스피지수가 1900선 전후에서 하방 지지선을 형성할 것으로 봤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 갈 경우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기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 미국 대선 이후 코스피지수 ‘널뛰기’ 장세 = 국내 증시는 트럼프 당선 후 큰 폭의 등락을 연출하고 있다. 미국 대선 개표가 이뤄진 지난 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25% 급락한 1959.38까지 밀리는 패닉 장세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튿날인 10일에는 2.27% 반등하며 불안을 떨쳐내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의 당선 연설이 예상보다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투자자들의 우려 심리가 완화된 덕분이다.
하지만 11일에는 또 다시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가 부각됐고, 12월 미국 연준(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진 탓에 18.17포인트(0.91%) 뒷걸음질했다.
이후 증시가 어떤 흐름을 잡아갈 것인지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브렉시트 결정 때처럼 ‘V자형 반등’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반면 브렉시트 위기 때와는 달리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부양 정책 공조를 기대하기 어렵고 세계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브렉시트 이후의 회복세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 #그래서 코스피요?...증권가 ‘1900선 저점’ 예상 =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그래서 한국 증시가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다. NH투자, 한국투자, 삼성, 미래에셋대우, 현대 등 5대 증권사가 내놓은 연말까지의 코스피 예상 밴드(등락범위)를 보면, 대체로 1900선이 위협받을 수 있는 장세를 예상하고 있다.
증권사별로는 현대증권이 1880~2050을 예상해 1900선 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제시했다.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는 1900~2050선을, 한국투자증권은 1930~2050선을 각각 전망했다.
종합해 보면 당분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연출되겠지만 우려했던 만큼의 극단적인 발작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불확실성에도 코스피 주가순자산배율(PBR) 저점 0.86배를 고려할 때 1900선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인 지지선과 별개로 여전히 장기적인 불확실성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트럼프가 선거 유세 당시 밝혔던 과격한 공약을 그대로 이행할지, 경제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할지가 향후 미국과 글로벌 경제의 앞날을 결정할 것이란 얘기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분석부장은 앞으로의 증시 방향에 대해 “트럼프가 정책을 어떻게 구체화해 나가는지에 따라 위아래로 큰 진폭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의 급진적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현실화하면 2016~2020년 한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보다 0.31%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다. 트럼프가 예상보다 완화적 정책을 펴더라도 같은 기간 한국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0.1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봤다.
◇ 말 바꾸는 트럼프, 미국 금리인상 ‘안갯속’ =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부 또한 시장의 큰 관심사다. 다만 트럼프가 통화정책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어 현 시점에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선거 기간 동안 재닛 옐런 Fed 의장을 즉각 교체하겠다며 비판하던 트럼프는 당선 후 온건한 태도로 전환하는 등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 트럼프가 당선된 10일(현지 시간) 미국 금융시장이 예상한 12월 금리 인상 확률은 한 때 50%를 밑돌다가 되돌림 하는 등 부침이 심했다.
국내 증권사의 전망도 하루가 다르게 입장을 바꾸고 있다. 당선 직후 9~10일에는 ‘연내 금리 인상이 힘들다’는 쪽이 주를 이뤘지만 11일에는 ‘예정대로 올릴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한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당선자가 말과 태도를 바꾸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트럼프의 입’에 따라 전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 금리 인상 시기와 폭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