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ㆍ옐런의 경기과열 일시적 허용ㆍBOJ의 인플레이션 용인 등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고 나서 일본증시가 잠시 충격에 빠졌다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14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1.71% 상승한 1만7672.62로 마감했다.
이런 일본증시 강세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고압경제(High-pressure Economy)’가 있으며 이는 트럼프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 일본은행(BOJ)을 연결할 수 있는 핵심 단어로도 여겨지고 있다고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내각부가 이날 발표한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비치가 연율 2.2%로 시장 전망인 0.8%를 웃돌고 미국 달러화당 엔화 가치가 107엔대 중반으로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증시에 호재가 잇따라 나왔다.
그러나 정부와 중앙은행이 일시적으로 과열된 경제상황을 용인하는 ‘고압경제’가 근본적으로 일본증시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미국 대선 투표일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컸다. 그러나 막상 트럼프가 당선되고 나서 일본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 강세가 오히려 가속화했다. 트럼프 당선 확정 후 3거래일간 닛케이 상승폭은 1400포인트 이상이다. 글로벌 증시에서는 인프라 정비를 중심으로 한 재정 확대, 규제 완화 등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경제성장을 이끌겠다는 트럼프의 정책은 아무리 금융완화를 계속해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강력한 경제활동을 회복하지 못한 선진국 경제정책 담당자들에게는 희소식으로 다가오고 있다. 바로 트럼프의 방법이 ‘고압경제’의 일단을 보여준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이 단어를 처음으로 쓴 사람이 바로 옐런이다. 옐런 의장은 지난달 연설에서 “금융위기 이후 장기침체가 계속되는 경제상황을 타개하고자 고압경제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기간 “옐런 의장이 저금리를 유지해 민주당에 유리하도록 하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고압경제를 고려하면 두 사람은 의외로 궁합이 좋을 수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고압경제를 목표로 하는 것은 BOJ도 마찬가지다. BOJ는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안정적으로 2%를 초과할 때까지 장ㆍ단기 금리조작을 통한 양적ㆍ질적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즉 경기가 확실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높은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으로 허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고압경제가 각광을 받는 이면에는 저금리의 장기화로 금융완화를 통한 경제회복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면 ‘좀비기업’과 비효율적인 공공투자 등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