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계획에서 1조 이상 증액…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논란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의 자본확충 규모를 2조8000억 원으로 확정했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기존 여신 1조8000억 원을 출자전환하고, 수은이 1조 원 규모의 영구채를 매입한다.
산은은 기존 여신을 대상으로 출자전환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출자전환 규모가 기존에 계획했던 1조6000억 원에서 1조2000억 원이나 늘어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산은은 10일 이 같은 내용의 대우조선 자본확충 규모를 공식 발표한다. 산은은 이번 주 초 이사회 멤버로부터 구두로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이사회를 따로 열지 않기로 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총 2조8000억 원 규모의 대우조선 자본확충안이 확정됐다”고 확인했다.
이어 “다만 절차상 산은 노동조합이 대우조선에 대한 출자전환에 동의해야 하므로 노사확약서 작성 여부에 따라 발표 시기는 1~2일 늦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자본확충은 지난해 산은과 수은이 약정한 4조2000억 원의 신규지원과 별도로 이뤄지는 것이다.
산은은 지난해 10월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방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산은 2조6000억 원, 수은 1조6000억 원 등 총 4조2000억 원을 신규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용석 부행장은 당시 “2조6000억 원 중 2조 원을 유상증자 및 출자전환으로 자본확충에 나설 것”이라며 “2조6000억 원을 신규대출로 지원한 후 2조 원을 출자하거나 유상증자 1조 원, 출자전환 1조 원을 할지 다양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당초 채권단은 산은이 1조6000억 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하면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을 500%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대우조선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대우조선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마이너스 4582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수주액도 기존 예상치인 108억 달러를 훨씬 밑도는 3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수주 절벽, 소난골 인도 지연, 분식회계 의혹에 따른 손익 수정 등으로 재무상황과 유동성 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산은은 2조6000억 원이 아니라 추가로 1조8000억 원을 추가 지원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