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모녀 회사로 보낸 35억… 전격 압수수색에 숨죽인 삼성

입력 2016-11-08 10:30수정 2016-11-0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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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압수수색 “수사 최대한 협조” 밝히면서도 초긴장… 박상진 사장 출국금지, 소환 임박

▲삼성그룹이 검찰 특별수사본부로부터 8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압수수색 받고 있는 가운데 취재진들로 로비가 붐비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검찰이 삼성전자 서초 사옥을 전격 압수수색한 8일 아침, 삼성 로비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출근 중에 스마트폰으로 압수수색 소식을 접한 직원들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로비를 통과했고, 일부 직원들은 로비에 가득한 기자들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올 게 왔다… 숨죽인 서초사옥 로비 = 삼성 본사가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2008년 4월 당시 삼성 특검 압수수색 이후 처음이다.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8년 만의 검찰 압수수색에 임직원이 느끼는 긴장감은 더해 보였다.

출근길의 한 직원은 “기사를 보고 압수수색 중이란 것을 알았다”면서 “큰일은 없을 것으로 믿지만, 아무래도 오늘 업무 분위기는 어둡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른 한 직원은 “보통 사장단 회의가 있는 수요일에는 기자들이 로비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화요일인 오늘 기자들이 많이 몰려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차에서 내린 임원들의 표정은 더 어두웠다. 그들은 올 게 왔다는 표정으로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로비를 통과했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이 미리 압수수색에 충분히 대비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여러 차례 압수수색 얘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삼성은 압수수색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간 삼성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적극 협조해 한 점 의혹도 없도록 할 것”이란 입장을 밝혀 왔다.

삼성전자는 본사가 수원 디지털시티에 있고, 홍보와 재무담당 일부 조직은 태평로 사옥에 분산돼 있다. 대외협력단과 미래전략실,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실이 있는 서초 사옥 외에는 다른 곳에는 압수수색이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최 씨 모녀 회사에 35억 원 특혜 의혹 = 삼성은 최 씨와 그녀의 딸 정유라(20) 씨의 회사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280만 유로(약 35억 원)를 특혜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자금은 현지에서 승마 훈련을 지원할 컨설팅 회사에 코레스포츠와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건너갔으며, 정 씨의 말 구입과 전지훈련 등에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코레스포츠는 당시 승마 훈련장이 있던 헤센주의 로베트르 쿠이퍼스 회장이 공동대표로 등재돼 있었지만 최 씨 모녀가 100% 지분을 갖고 있었던 회사다. 컨설팅 계약을 맺은 뒤인 작년 11월에는 비덱스포츠로 개명했다.

검찰은 삼성이 박근혜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인 최 씨에게 모종의 혜택 등을 기대하고 사실상의 대가성 성격의 자금을 건넨 게 아닌지, 드러난 것 외에 이면 지원이 또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최 씨가 배후 조종했다는 의심을 사는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해서도 204억 원을 출연, 전체 53개 기업 가운데 기여도가 가장 컸다.

검찰은 지난 5일에는 승마협회 김모 전무와 박모 전 전무를 불러 조사했다. 박 전 전무는 정 씨의 독일 전지훈련 계획을 삼성에 제안하고 계약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각종 서류 등을 분석한 뒤 박상진 사장 등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특히 자금 송금 과정에서 그룹 윗선 보고 등이 드러날 경우, 검찰의 조사 대상과 수위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검찰은 박 사장 등 일부 핵심 인사들을 출국 금지한 상황이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최 씨가 귀국하기 직전인 같은 달 28일, 최 씨 모녀가 머물던 독일로 출국했던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에 대비하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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