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최고 실세로 꼽혔던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이 최순실(60) 씨의 국정개입 사건 수사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공직 기강을 확립하고 인사검증과 부패근절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민정수석 비서관실이 직무를 소홀히 해 이번 사태를 야기한 잘못이 있는지 따져볼 계획이다.
7일 우 전 수석을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전해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근 직무 유기 혐의로 접수된 고발장 검토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확실한 혐의가 나온 건 없다, 수사하는 과정에서 혐의가 발견된다면 누구라도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우 전 수석은 전날 최순실 수사본부가 아닌 별도의 수사팀에 의해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처가와 넥슨과의 부동산 거래,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유용 의혹, 의경 복무 중인 아들의 보직 특혜 논란 등이 수사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 씨가 대통령 문서와 대외비인 외교문서 등을 미리 받아보고,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각종 현안 지시를 내리는 일은 민정수석비서관의 묵인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되면서 우 전 수석은 다시 수사 선상에 올랐다. 우 전 수석이 알고도 방치했다면 직무유기, 일정 부분 도움을 줬다면 대통령 기록물 반출 혐의 방조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우 전 수석은 특히 검찰을 떠난 이후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입성하는 데 최 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전날 검찰에 출석한 우 전 수석은 '최순실 사태에 관해 민정수석으로 책임감을 느끼느냐', '민정수석에 임명될 때 최순실씨의 영향이 있었다는 의혹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만 20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우 전 수석은 검찰 내에서도 일찌감치 사법연수원 19기 선두주자로 꼽히며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대검 중수부 1과장, 대검 수사기획관,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등 요직을 거쳤다. 하지만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사건을 수사하던 중 우 전 수석에게 조사를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이후 검사장 승진에서 연거푸 탈락했고, 2013년 조직을 떠났다.
일각에서는 K스포츠재단이 롯데그룹을 상대로 70억 원을 요구했던 사안에 우 전 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5월 K스포츠의 요구에 따라 70억 원을 전달했지만, 6월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돌려받았다. 이 과정에서 수사상황이 최 씨와 그룹 측에 유출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는데, 우 전 수석이 내사상황 등을 흘린 정황이 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소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