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기존 통화정책 유지를 결정했다고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시장 전망과 부합한 결정이다.
이날 BoJ는 이틀에 걸친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단기정책금리 기준인 예금금리를 마이너스(-)0.1% 수준으로 동결하고 10년 만기 국채금리를 제로(0)% 정도로 유지하는 ‘장단기금리조작’ 정책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본원통화 공급 규모는 물가가 2% 수준으로 안정될 때까지 기존 80조 엔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국채 이외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규모는 연간 6조 엔, 부동산투자신탁펀드(REIT)는 900억 엔 등 기존 자산매입프로그램도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정책결정위원 9명 가운데 7명의 찬성으로 현행 정책 유지가 결정됐다. BoJ는 지난 1월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대로 내렸으며 이후 줄곧 금리를 동결해왔다. 지난 9월 금융완화 정책의 기준을 통화량에서 장·단기금리로 축을 변경했다.
BoJ는 이날 공개한 경제·물가 전망 보고서에서 “물가목표 달성을 위한 모멘텀이 유지되고는 있지만, 종전보다 다소 약해졌다”고 평가하면서 2017 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근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1.7%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2016 회계연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0.1%였다. BoJ는 물가상승률 목표치 2% 달성 시기를 종전 2017 회계연도에서 2018 회계연도 무렵으로 늦춰 잡았다. 사실상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의 임기가 끝나는 2018년 4월까지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이와 함께 BoJ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0%, 내년도는 1.3%로 내다봤다.
앞서 구로다 총재는 지난달 21일 중의원 재무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하는 등 기존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뜻을 시사했다. 금융정책결정회의에 앞서 구로다 총재가 BoJ 행보를 시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구로다 총재가 추가 완화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구로다 총재는 당초 물가 2% 상승을 2년 안에 달성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예상치 못한 엔화 가치 상승과 기업 및 가계의 디플레이션 압력에 발목이 잡혔다. 지금까지 BoJ는 물가 전망을 하향 조정할 때마다 추가 완화에 대한 압력을 받았고, 추가 완화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엔고·주가 하락 압력을 받았다. 하지만 구로다 총재가 먼저 나서 시장에 추가 완화책 기대감을 사전에 차단하고 기존에 도입한 정책 효과를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BoJ 결정은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BoJ 결정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엔화 가치 상승폭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제한적이었다. 스즈키 히데유키 SBI증권 상무이사는 “이날 BoJ 회의 결과가 대체로 시장의 전망과 부합한다”면서 “시장에 큰 문제없이 BoJ 통화정책 회의가 끝났다는 안도감이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등에 대해 여전히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