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T, 리비전A 상용화...기존 2G 번호 그대로 가입 강행
기존 2세대 CDMA 서비스에서 진화된 ‘EV-DO 리비전A’ 서비스에 대한 ‘010번호통합’ 논란이 이해관계가 얽힌 업체간 갈등에서 이제는 정부와 LG텔레콤의 신경전으로 번졌다.
유영환 정보통신부 장관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010통합정책의 근간을 깨트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것을 깨트려서는 시장의 균형을 이룰 수 없고 앞으로도 이러한 원칙은 지킬 것이며 LG텔레콤에서도 충분히 이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리비전A 서비스에도 '010통합정책'이 적용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LG텔레콤이 상용화하는 리비전A 서비스도 WCDMA와 같이 ‘010통합정책’이 적용돼 가입시 의무적으로 식별번호를 ‘010’으로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LG텔레콤은 유영환 장관을 발언에도 불구하고 리비전A 가입시 기존 2세대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강행키로 했다.
LG텔레콤은 11일 리비전A 서비스를 상용화하면서 01X(011, 016, 017, 018, 019) 식별번호를 그대로 적용할 예정이다.
리비전A 서비스는 화상통화가 가능한 3세대 WCDMA와 유사한 서비스지만 2세대에서 진화했다는 점에서 3세대 서비스로 보기 힘들기 때문에 그동안 LG텔레콤은 리비전A에 ‘010통합정책’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해왔다.
리비전A 서비스에 대한 ‘010통합정책’ 적용 여부는 3세대 이동통신 시장 선점을 두고 이통사간 벌이는 치열한 경쟁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동안 업체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었다.
3세대 서비스인 'SHOW'에 올인 전략을 펼치고 있는 KTF는 WCDMA 가입시 식별번호를 ‘010’으로 바꿔야 하지만 리비전A가 ‘010’ 식별번호 전환 없이 화상전화 등 3세대 유사 서비스가 가능할 경우 WCDMA 가입자 확보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
또한 리비전A 서비스에서 기존 2세대 식별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경우 SK텔레콤이 리비전A 서비스를 상용화해 KTF의 3세대 올인 전략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에 KTF는 정통부에 건의문을 제출하는 등 리비전A에 ‘010통합정책’을 적용해야 한다고 필사적으로 주장해왔다.
업계에서는 LG텔레콤이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들고 곧바로 리비전A 서비스를 상용화해 기존 식별번호 그대로 가입자를 받기로 한 것은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정통부가 리비전A에 대한 ‘010통합정책’을 적용하려면 정통부 고시, 통신위원회 등 각종 심의를 거쳐 ‘010통합정책’에 대한 세칙을 변경해야 한다. 따라서 LG텔레콤은 적어도 2개월 정도 시간을 끌 수 있다.
그동안 리비전A 상용화 시기를 저울질 해오던 LG텔레콤은 정통부의 리비전A에 대한 ‘010통합정책’ 적용 방침이 공식화되자 곧바로 리비전A를 상용화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정통부가 리비전A에 대한 ‘010통합정책’을 심의, 확정하는 동안 기존 식별번호 그대로 가입을 받고 향후 정책이 확정되면 기존 가입자와의 차별성은 물론 SK텔레콤, KTF의 EV-DO 서비스와의 형평성 등을 문제 삼아 정부 정책에 항의를 할 수 있다.
또한 유영환 장관이 정권 교체 여부에 따라 6개월 시한부 장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LG텔레콤은 적당히 시간을 끌다가 차기 정부에 기대를 걸어보는 계산도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텔레콤 관계자는 "LG텔레콤은 IMT-2000 사업을 포기해 3세대 서비스를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경쟁사의 3세대 서비스인 WCDMA에 대항하기 위해 리비전A로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2세대 서비스에서 진화한 리비전A 서비스에 3세대 방침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리비전A에 대한 정통부의 010통합정책에 대한 세칙이 나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건의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