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연내 금리인상 기정사실화·ECB 테이퍼링 우려도…영국 파운드화는 브렉시트 불안에 31년 만에 최저치
글로벌 긴축 도미노에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의 점진적 축소인 테이퍼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하락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뉴욕증시는 이틀째 하락해 다우지수가 이날 0.47%, S&P500지수는 0.50%, 나스닥지수는 0.21% 각각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이날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ECB 정책위원들이 양적완화를 종료하기 전에 채권 매입 규모를 먼저 점진적으로 줄이는 방안에 비공식적으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ECB는 채권 매입 프로그램 규모를 월 100억 유로(약 12조3937억 원)씩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채권 매입 규모는 월 800억 유로다. 다만 ECB 위원들은 내년 3월로 예정된 양적완화 종료 시기를 연장하는 방안도 배제하지는 않았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ECB는 지난달 3일 정례 통화정화정책 회의에서 현 정책을 동결하고 양적완화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회의에서 양적완화 종료 시기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준 위원들이 연일 ‘매파’적 발언을 하는 것도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전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11월 금리인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기대를 안정시키려면 선제적인 금리인상이 중요하다”며 “현재 고용과 물가 정세를 감안하면 금리는 최소 1.5% 이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1994년에도 인플레이션이 이전 3년간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연준은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 물가를 성공적으로 관리했다”고 사례를 제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중앙은행의 긴축 움직임에 외환시장도 급격하게 변동했다. ECB 테이퍼링 보도에 유로·달러 환율은 1.1239달러까지 올랐으나 이후 시장이 연준 금리인상에 더 주목하면서 상승폭이 축소됐다. 미국 달러화는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1% 넘게 상승했다.
여기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단일시장 접근이 어려워지는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 불안이 고조되면서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31년 만에 최저치로 전락했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장중 1.2719달러까지 떨어져 198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파운드화 가치는 역사적인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치렀던 지난 6월 23일 수준보다 약 15% 빠졌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관세없이 자유롭게 EU와 교역할 수 있는 단일시장 접근보다는 이민 제한을 우선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것이 파운드화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메이 총리는 2일 집권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기껏 EU에서 이탈했는데 다시 이민 제한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이면 영국의 수출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겠지만 단일시장 접근이 이뤄지지 않으면 최대 무역 파트너인 EU에 대한 수출비용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통화 약세에 따라 수입비용도 올라 경제에 역효과가 나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