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최대치로 따져서 공식적인 가계부채인 1250조 원에 ‘자영업자 부채’ 약 370조 원, 여기에다 만일 ‘전세자금’까지도 포함한다면 약 2100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에 이르게 된다. 백 번 양보해 공식적인 가계부채인 1250조 원으로만 계산하더라도 이미 올해 2분기 기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73.6%에 달해 이 수치만으로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
참고로 가처분소득 대비 OECD 평균 부채비율은 2015년 말 기준 135.7% 정도로, 우리나라는 미국의 113%, 독일의 93%는 물론 부채가 많기로 유명한 그리스의 112%, 스페인의 128%나 심지어 포르투갈의 140%, 이웃 일본의 135%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다 자영업자 부채를 포함하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200%를 넘어 225%에 달하게 되며,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전세자금까지 포함한다면 그 규모는 경이적 수치인 290%까지 올라간다는 결론이다.
우리나라는 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이토록 유별나게 가계부채가 많은 것일까? 이를 분석해 보기 위해서, 먼저 가계부채의 구성항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란 금융기관이 가계에 빌려준 ‘가계대출’과 그 외 신용카드나 할부금융회사, 기타 백화점이나 자동차회사들이 제공한 ‘판매신용’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금액 면으로 보자면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가계대출’ 잔액은 1191조3000억 원인 반면, ‘판매신용’ 잔액은 66조 원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가계부채’는 거의 ‘가계대출’이라고 이해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이 가계대출에서도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 바로 ‘주택담보대출’로, 한국은행의 통계에 의하면 올 8월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682조4000억 원의 75%에 달하는 512.7조 원이 ‘주택담보대출’이며, 비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까지 합하면 전체 ‘가계부채’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달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문제는 곧 ‘부동산 문제’라고 이해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즉 우리는 다른 OECD 회원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빌려서 주택부문에 투자하고 있다는 의미로, 가구당 부동산 비중이 OECD 회원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실제 우리나라는 가구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74.3%로, 미국의 29.9%나 캐나다의 45.8%, 심지어 일본의 39.9%에 비해 월등히 부동산에 치우친 자산구조를 가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현재 자신의 소득에 비해 과도한 빚을 내서 부동산에 투자를 하였고,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이 멈추거나 둔화하자 점차 그 빚에 눌려 소득이 낮은 한계가구부터 빚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기 시작하는 형국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경제는 심하게 표현하면 부동산에 볼모로 잡혀 있는 형국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다면 순식간에 세계 최고 수준의 엄청난 가계부채가 금융권의 부실로, 그리고 이로 인한 경제위기로 비화할 폭탄을 안고 사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