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규모 300억 달러 넘을 전망
글로벌 반도체업계의 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모바일칩 업체 퀄컴이 네덜란드 NXP반도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인수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앞으로 2~3개월이 걸릴 예정이다. 일부 소식통은 인수가 무산될 경우에 대비해 퀄컴은 다른 기업 인수·합병(M&A) 옵션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스닥거래소에서 거래되는 NXP의 시가총액은 약 280억 달러다. 인수에 프리미엄이 붙는 것을 감안하면 인수 규모는 300억 달러(약 33조 원)를 넘을 전망이라고 WSJ는 내다봤다. 퀄컴의 시총은 약 930억 달러다.
시장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수 추진 소식에 이날 NXP 주가는 17% 폭등했고 퀄컴도 6.3% 뛰었다. 샌포드C.번스타인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보고서에서 “많은 투자자가 퀄컴의 전략적 움직임을 보고 싶어한다”며 “NXP의 규모는 퀄컴에 매력적이다. 또 이 업체는 자동차와 보안, 모바일 결제 등 여러 부문과 연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퀄컴은 모바일칩에서 독보적인 업체이지만 최근 수년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정체에 빠지면서 고전하고 있다. NXP를 사들이면 퀄컴은 수십 개의 반도체 생산설비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모바일 기기 이외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NXP는 지난해 프리스케일 인수로 세계 1위 차량용 반도체업체로 올라섰다. 또 NXP는 PC와 스마트폰을 제외한 근거리무선통신(NFC)과 교통카드 등 다양한 산업에 반도체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의 모바일 결제서비스 애플페이가 NXP의 칩셋을 쓰고 있다.
지난해부터 반도체업체들은 공격적인 M&A 전략을 펼치고 있다. 경쟁 격화에 따른 성장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규모를 키우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반도체업계 M&A는 인텔과 아바고테크놀로지스 등의 빅딜에 힘입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NXP도 프리스케일반도체를 118억 달러에 인수했다.
올해도 그런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반도체업계 M&A 규모는 750억 달러를 넘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지난 7월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32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는 중국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국영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XMC는 연초 240억 달러를 들여 중국 소유의 첫 플래시메모리칩 공장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