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왈가왈부] 9월 금통위 의사록, 신중한 비둘기도 비둘기

입력 2016-09-2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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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9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신중모드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액면 그대로 해석한다면 당장 추가 금리인하에 나선다는 시그널(신호)은 없었다고 볼 수 있겠다.

다만 이번 금통위가 미 연준(Fed) 등 주요국의 금리결정 직전인 지난 9일 열렸었다는 점에서 이같은 스탠스를 액면 그대로 받아드리기 힘든 부문도 있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12월로 미뤄진 지금 한은 스탠스 변화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9월 금통위에서도 여전히 비둘기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대부분의 위원들과 한은 집행부는 1.1%로 예상하고 있는 올해 물가전망치와 2.9%로 전망하고 있는 내년 경제성장률의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었다.

▲경제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채 급증과 미국 금리인상에 한국은행 금통위가 사면초가에 빠지는 분위기다. 이주열(가운데) 한은 총재가 지난 6월9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왼쪽은 함준호 위원, 오른쪽(등진 인물)은 한은 추천 인사인 이일형 위원의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전날(27일) 공개된 한은 9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대내적으로는 급증한 가계부채를 대외적으로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비둘기파의 대표주자로 분류되는 신인석 추정 위원 조차 “앞으로의 경기상황, 가계부채 동향, 그리고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과 같은 대외요인 등에 대해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5월 “조속한 시일 내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고, 금리인하가 이뤄진 6월에도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던 인물이다. 또 7월과 8월에도 “통화정책은 완화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 “앞으로도 완화적 통화정책의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었다.

매파로 분류되는 이일형 추정 위원은 “국내 경제성장은 하방 리스크는 상존하나 기존 전망경로에 대체로 부합”한다고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구조적 문제로 저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완화적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금융 불균형과 양극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거시건전성정책과 통화정책 수단들의 조화를 강조하면서도 “저금리 기조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밝혔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좀 더 매파로 한 클릭 옮긴 셈이다.

취임 초 자신을 “살찐 비둘기”에 비유했고 6월 금리인하를 이끌었던 조동철 위원도 중립 수준으로 스탠스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그로 추정되는 위원은 지난달(8월) “정책방향의 새로운 설정을 고려할 시점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한데 이어 이달(9월)에도 “물가의 중기경로에 하방위험이 다소 상승하였지만 일시적인 요인에 기인한다”며 “금리정책의 변경을 요구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고승범 추정 위원 또한 “당분간 기준금리는 목표수준을 하회하고 있는 물가상승률과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계부채 및 건설경기의 전개 방향을 균형있게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의 복심이라 할 수 있는 장병화 부총재 추정 위원 역시 “불확실성이 높기는 하지만 국내 경제는 기존 전망경로에 대체로 부합하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가계대출 동향을 계속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 연준, 일본은행, 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통화정책기조를 조정하는데 따른 금융시장 가격변수와 자금흐름의 변동성이 예기치 않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함준호 추정 위원은 “균질하지 못한 성장흐름이 이어지나 7월의 전망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기업구조조정 본격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미국 금리인상 재개 가능성 등에 따른 높은 불확실성이 향후 성장흐름을 제약할 위험이 상존한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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