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세 번째 한국행

입력 2016-09-2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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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훈 CIBC 시니어 애널리스트

2년 만의 고향. 한국 가는 길. 이민간 지 15년 사이 벌써 3번째지만, 한국행은 여전히 어색하다. 익숙한 듯 낯선 인천공항의 공기는 나를 설레고, 들뜨게 했다.

30여 분 남짓 지인을 기다리면서 15년 전의 내가 떠올랐다. 스물 한 살이 되던 해까지 난 특출나게 잘하는 것도 없는 그저 범인(凡人)이었다. 연애가 가장 큰 고민이었고, 마음을 터놓는 친구들의 소중함도 몰랐다.

하지만 집안 사정상 떠나게 된 20대 초반 토론토 이민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완벽하지 않은 언어와 외모의 ‘다름’은 경계를 허물 수 없다는 핑곗거리가 됐다. 이민 자체가 갑작스러웠고, 캐나다 생활에 대한 준비도 미흡했다. 돌이켜보건대 우울증도 있었고, 무력감이 짙었다.

이민간 지 채 얼마 되지 않았던 첫 번째 한국행이 ‘외로움’이었다면, 두 번째는 ‘그리움’이었다. 한 친구가 영국 교환학생 시절 내게 들려줬던 얘기가 생각났다. 그곳이 한국보다 좋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래도 자긴 사람 냄새가 그리워 이곳에 돌아왔다고. 내가 한국을 찾았던 이유 역시 그랬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곳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했다. 아내를 만났고, 아들 지원이를 얻었다. 15년은 힘들던 날들이 추억으로 포장될 만큼 길었다. ‘낯섬’과 ‘다름’은 익숙해지며 점차 무뎌졌다.

이번 한국행은 가족들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다. 아내와 아들을 목동에 데려가서 어릴 적 뛰어놀던 아지트를 보여주고 싶고, 신촌에서 내 흔적들을 함께 찾고 싶어서다. 앞선 두 차례가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면, 이번엔 조금 다르다.

야금야금 마흔이라는 나이에 가까워지면서 ‘나’를 내려놓았던 걸까. 나도 모르게 거창한 꿈을 좇기보다는 주어진 삶에 감사할 줄 아는 나이가 됐다. 인천공항의 공기가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졌는지도 이제야 알 것 같다. 가끔은 앞선 두 번의 한국행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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