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 권리] 개인신상 털고, 억측 주장… ‘온라인 살인’

입력 2016-09-1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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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

#취업준비생 김모 씨는 한 기업의 면접을 앞두고 불안에 휩싸였다. 인사부에서 지원자들의 SNS를 파악해 개인의 활동이나 대인관계 등을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대학시절 SNS에서 친구들과 욕설로 댓글을 달았던 기억이 났다. 또 대학 동창 블로그에 술에 취해 심하게 장난을 치며 찍었던 사진도 떠올랐다. 김 씨는 게시물을 삭제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오래 전 일이고 온라인으로 퍼져나간 글을 다 지우기도 어려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과거 무심코 올렸던 게시물 때문에 얼굴을 붉힌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갖고 있다. SNS를 통한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개인의 사생활 유출이 과거보다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가 정보를 공유하면서 당사자에게 마녀사냥식 공격을 퍼부으면 피해는 더 커진다. 정보가 사실이 아닌 경우 당사자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일상생활을 포기해야 할 지경에 처한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SNS 환경에서 친구와 지인이 내 정보를 캡처하고 퍼 나르는 사이, 자신의 개인정보는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다.

지난달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57%는 웹서핑 중 개인정보나 그동안 잊고 싶었던 자신의 인터넷 게시물을 우연히 발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종류는 크게 4가지로 △스스로 다시 읽기도 민망한 글(30%) △개인 신상정보(21%) △부정적인 글(17%) △탈퇴한 계정의 게시물(17%)이 대표적이었다.

개인에 대한 정보의 확산은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 거짓 정보가 진실로 왜곡되는 경우도 많고, 자신이 공개하지 않더라도 해킹 등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흥 종사자 폭로’란 자극적 내용을 퍼트려 사회적 문제가 된 ‘강남·한남패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경찰 조사 결과, 체포된 운영자들은 여러 사람들에게 허위 제보를 받아 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폭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 5월 SNS 인스타그램에 강남패치 계정 개설 후 ‘유흥업소 여종업원’이라며 100여 명의 사진·이름 등 개인정보를 올렸다. 한남패치 계정으로는 ‘유흥업소 남종업원’이라며 남성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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