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에 편향된 산은, 한진해운 공정 처리 '회의론'

입력 2016-09-1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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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국책은행..이해상충 문제 발생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이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KDB산업은행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산은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투입됐다. 하지만 16년간의 부실 때문에 신속한 자금 집행이 어려워졌다. 수시로 벌어질 수 있는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현대상선, 한진해운과 지난달 3일, 10일, 17일 세 차례에 걸쳐 회의를 가졌다. 사실상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한진해운은 이를 눈치채고 고객 정보 보호를 이유로 운항 관련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

이는 산은이 추진하는 구조조정에서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한 대표적인 경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대상선은 이미 산은의 자회사로 사실상 편입된 상태였다.

산은으로서는 출자회사인 현대상선을 축으로 해운업 구조조정을 진행할 니즈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을 인수한다는 정부의 계획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를 경쟁사인 한진해운이 쉽게 받아들릴 리 없었다. 자신들의 운항 정보를 산은에 제공하지 않았고, 결국 이는 초유의 물류대란으로 이어졌다.

산은은 이제 17개 기업, 매출액 기준 48조원대의 거대한 '국책 재벌'이다. 공기업과 금융사를 제외하면 재계 순위 9위의 재벌 그룹과 규모가 맞먹는다.

그만큼 부실 규모도 커졌다.

정부는 지난 6월 한국은행까지 동원해 산은과 수출입은행에 대한 자본 확충을 단행했지만, 이 역시 ‘미봉책’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STX조선해양은 산은 관리하에서 3년간 4조5000억원을 쏟아붓고도 결국 법정관리로 가게 됐다. 수조원이 투입됐어도 부채비율이 4000%를 웃도는 대우조선해양은 청문회 대상이 될 만큼 부실 구조조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이제부터라도 구조조정의 틀을 법원과 채권단 위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회생과 청산은 법원과 자본시장에 맡기고 국책은행은 빠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법정관리로 가면 법원이 알아서 채권과 채무자 조정을 한다"며 "회생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사모펀드와 같은 신규 자금이 시장 논리에 따라 들어올 수 있는데 왜 굳이 국책은행이 중간에서 나서는지 알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은이 중간에 개입한다해도 법원과 모든 채권단이 보는 상황에서 자금을 투입해야 공정해지고, 자금 부담도 최소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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