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금리동결 “양적완화 연장 논의 없었다”… 채권 고갈로 정책 제동 걸린듯
ECB가 시장을 실망시켜가면서까지 추가 완화를 단념한 건 정책카드가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ECB와 일본 중앙은행은 시중에서 채권을 매입해 민간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는 방식의 양적완화를 펼쳐왔다. 그러나 막대한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면서 결국 경기 부양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초 ECB의 양적완화 규모가 1조 유로(약 1234조 원)를 돌파했다며 시장에서 매입할 채권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씨티그룹은 11월이면 ECB가 매입할 수 있는 독일 국채가 바닥날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존의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0.2%로 ECB 목표인 2%를 크게 밑돌아 양적완화를 확대해도 모자랄 판에 공급난에 직면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ECB가 내년 3월까지인 양적완화 기한을 6개월 더 연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가 실효성을 띠려면 자산매입 규제 완화 등의 조치도 같이 발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일본과 스위스 중앙은행들처럼 ECB도 자산매입 범위를 주식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행(BoJ)도 지난 2013년 4월 디플레이션 타개를 위해 양적ㆍ질적 금융완화(2차원 완화, 여러 자산을 대량으로 매입하는 정책)를 도입했으나 불과 3년여 만에 시장에서 국채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6월 말 기준 일본우정 산하 유초은행과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 미즈호파이낸셜 등 3대 은행의 국채 보유량이 114조 엔으로 2차원 완화 실시 이전보다 절반가량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BOJ가 일본 전체 국채의 3분의 1 이상을 보유한 상황에서 더 쥐어짜도 매입할 수 있는 국채가 나오기 어려워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