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vs. 채권단 ‘핑퐁게임’… 다섯달 전으로 돌아간 한진사태

입력 2016-09-0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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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산은에 긴급대출 ‘SOS’… ‘자금지원 줄다리기’ 다시 원점으로

▲한진해운 사태 해결을 위해 한진해운살리기 부산시민비상대책위원회가 상경 투쟁에 나섰다. 7일 서울 중구 대한항공 빌딩 앞에서 심재찬 부산항만물류협회 이사장이 발언 도중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비대위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로 인해 부산항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금융위원회와 조양호 회장이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지난 5개월 간 한진그룹과 채권단 간 이어진 ‘한진해운 자금 지원 압박’ 핑퐁게임이 이번에는 법원과 채권단 간으로 옮겨갔다. 법원이 산업은행에 추가 자금 지원을 해달라는 SOS를 보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김정만 수석부장판사)는 7일 한진해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대출(DIP 파이낸싱)’ 제공을 요청하는 공문을 정식 발송했다.

우여곡절 끝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재출연을 결심했지만, 채권단 도움없이는 물류대란을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주주는 원칙적으로 자신이 투자했던 부분에 대해서만 유한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조 회장의 추가 자금 지원을 압박하는 건 더이상 법적 효력이 없다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은 법원의 요청에 대해 “검토는 하겠지만 어려울 것”이라며 사실상 거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그룹이 조달하기로 한 금액으로 최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담보 없이는 추가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의 책임론도 강하게 거론되고 있다. 사실상 한진해운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게 된 배경에는 최 회장의 경영 실패가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은 2006년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세상을 떠나자 이후부터 한진해운의 경영을 맡았지만, 해운 시장 업황을 예측하지 못해 부채비율만 눈덩이처럼 불렸다.

최 회장은 회사 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2007년부터 8년동안 한진해운으로부터 약 254억원을 챙겼다는 점에서 도덕성도 문제되고 있다. 최 회장은 2014년 조양호 회장에게 한진해운을 넘길 당시에도 연봉과 퇴직금으로 97억 원가량을 받아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진해운 물류대란의 책임을 누가, 어디까지 져야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도마위로 올라왔다. ‘대주주-채권단-금융당국’이 모두 원칙론만 앞세운채 현실을 방기하고 있어 정부 합의체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당장 9일까지 물류대란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미국 법원으로부터 파산 보호 신청을 승인받지 못할 위험도 있다.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의 파산법원은 6일 한진해운이 요청한 파산보호 신청을 일시적으로 수용했지만, 최종 판결은 9일 나온다. 이날까지 미국 내 채권자 보호를 위한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하지 못하면 미국 법원이 파산보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 채권자들은 한진해운 소속 선박에 대한 압류에 나설 수 있다.

한진해운이 지불해야할 용선료·하역비 등 채무 규모는 총 61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시급한 화물 하역비는 17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진그룹이 지원하겠다는 1000억원에서 롱비치 터미널을 담보로 빌려주겠다는 600억원은 법원이 사실상 담보제공을 거부, 현재 확보 가능한 가용 자금은 조 회장의 사재출연금 400억원에 불과하다.

미국 파산보호 신청이 물거품되면 최대 거점인 북미에서 화물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돼 전세계적 물류대란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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