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로 일부 국가 국채 수요 치솟으면서 금리 ECB 기준 미달…시장에 잘못된 메시지 줄까 우려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양적완화를 펼치는 가운데 딜레마에 빠졌다.
양적완화 규모가 1조 유로(약 1234조 원)를 돌파한 가운데 시장에서 매입할 채권이 고갈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ECB는 18개월 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디플레이션 위협을 타개하고자 양적완화에 착수했다. 양적완화는 현재 일본은행(BOJ)과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펼치는 정책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나고자 세 차례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ECB의 양적완화 규모는 지난 1일 1조 유로를 돌파해 지난 주말 기준 1조20억 유로에 이르렀다. 이는 유로존 정부와 기관이 발행한 채권의 7분의 1에 달하는 수치다. ECB는 앞으로도 7000억 유로를 더 매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시장에서 ECB가 살 수 있는 채권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ECB는 양적완화와 관련해 유로존 각국별로 자산매입 비율을 미리 정해놓고 금리가 마이너스(-)0.4% 밑인 채권은 매입하지 않는 등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로 독일 등 일부 유로존 국가 국채 수요가 치솟으면서 금리가 떨어져 ECB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규정에 맞는 채권을 점점 더 찾기 어려워진 것이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현재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씨티그룹은 오는 11월이면 ECB가 독일 전체 국채를 살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만 반살 씨티그룹 금리 투자전략가는 “ECB가 언제 벽에 부딪힐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측이 존재하고 있지만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ECB가 양적완화 속도를 늦출 수도 없다. 이는 시장에 (경기부양에 소극적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시장은 오는 8일 열리는 ECB의 정례 통화정책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각종 경기부양책에도 지난 8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에 그쳐 ECB 물가상승률 2% 목표를 크게 밑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ECB는 내년 3월 끝나는 양적완화를 연장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또 채권 부족 현상 때문에 규정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ECB가 이번 회의에서 이런 결정을 내릴지는 시장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F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