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개봉한 ‘덕혜옹주’, ‘터널’ 등 한국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원작 소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영화 ‘덕혜옹주’는 지난 24일 올해 500만 관객 수를 돌파한 여섯 번째 영화가 됐다. 개봉한 지 20여 일만이다.
이와 함께 원작인 소설 ‘덕혜옹주’(권비영 저)를 찾는 독자도 늘었다. 2009년 출간해 100만 부 이상 팔렸던 ‘덕혜옹주’는 이달 들어 예스24, 교보문고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재진입했다.
이 책은 고종황제의 막내딸인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 덕혜옹주의 삶을 권비영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풀어냈다.
저자는 “제가 진정 원했던 것은 그늘진 역사의 한 귀퉁이에서 잊힐 뻔했던 덕혜옹주를 일깨우는 일이었다”며 “왜곡되고 굴절된 그 시절의 오해로부터 그녀와 그 시대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건져내고 싶었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소설은 한정된 시간 동안 이야기를 펼쳐야 했던 영화와 달리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덕혜옹주의 삶을 세밀하고 자세히 담아냈다. 옹주의 어린 시절과 결혼 생활의 묘사가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 또 영화의 중심이 되는 ‘영친왕 망명사건’ 대신 ‘덕혜옹주 구출 작전’이 등장한다는 차이가 있다.
다만 소설과 영화 모두 ‘역사 왜곡’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황실 미화라는 시선을 받고 있다. 권비영 작가는 이에 대해 “황실 미화라는 부분에 있어 논란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부분은 일방적으로 황실을 비하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일 개봉해 55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터널’의 원작 소설도 관심이 모은다. 2013년 출간된 젊은 작가 소재원의 ‘터널’은 ‘우리는 얼굴 없는 살인자였다’라는 부제를 달고 현대 사회에서 무심코 행사하는 폭력, 죄의식 없이 두드린 손가락 끝에 담긴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사람의 재난을 다루고 있지만 그의 구조 여부보다 처음에는 자신의 일처럼 걱정하고 관심을 쏟던 여론과 대중이 시간이 지날수록 희생자에게 공격성을 드러내는 이중적인 모습을 조명했다. 하정우, 오달수를 앞세워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희극적으로 꼬집었던 영화와 달리 소설은 작가의 울부짖음이 느껴지는 문체로 문제점을 드러냈다.
‘자신들의 오만한 잣대를 들이미는 그들은 마치 자신들의 말이 성경과 같은 성서인 양 떠들어댔다. 그 짖음에 사람들은 응답했고 다수를 위한 결정이 필요하다 외치고 있었다…. 그들은 손가락이라는 무기를 이용하여 사정없이 굶주린 욕망을 배설했다.’ (소설 터널 중)
소설 ‘인천상륙작전’은 영화 개봉에 맞춰 지난달 27일 출간됐다. 68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심도있게 묘사했다. 책은 영화에서 삭제된 부분과 이야기, 영화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이야기와 각 주인공의 사연을 풀어냈다. 또 방대한 관련 자료를 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첨가해 실제 상황과 배경을 자세히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1100만 관객을 동원해 역대 박스오피스 11위에 오른 영화 ‘부산행’도 개봉 일자에 맞춰 비주얼 노블을 펴내 화제가 됐다. 연상호 감독의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띄는 소설 ‘부산행’은 치밀한 장면 묘사와 섬세한 내면 묘사, 곳곳에 등장하는 영화 속 장면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한편, 월화 드라마로 맞붙는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와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의 원작 소설도 재조명되고 있다. 소설 ‘보보경심’(동화 저)은 2006년 중국에서 출간된 뒤 그해의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작품으로 2013년 한국에 출간됐다. 드라마와 달리 중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 ‘보보경심’은 또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웹소설 베스트셀러인 ‘구르미 그린 달빛’(윤이수 저)은 2015년 3월 종이책으로 제작되면서 기존 웹소설에 살을 붙이고 사건 전개에 따라 내용을 나눠 총 5권으로 출간됐다. 박보검, 김유정이 선보일 매력을 부드러운 묘사로 미리 만나볼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