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3%대 성장률’ 집착의 부메랑

입력 2016-08-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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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자본시장2부장

어느 정부나 마찬가지였겠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경제에서 유독 강조하고 나선 것이 성장률(GDP)이다. 747(연평균 7% 성장, 소득 4만 달러 달성, 선진 7개국 진입)이니 474(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달러)니 하는 것의 핵심에 성장률이 자리하고 있어서다.

반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 내외에서 꾸준히 떨어져왔다. 한국은행도 2015년 말 추정치를 3.0%에서 3.2% 사이로 내려 잡았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3%를 밑돌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등 사회구조적 변화와 투자부진 등 경제구조적 문제가 주된 요인이다.

반면 현 정부 들어 성장률 3% 달성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경제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다는 명분도 일리는 있지만 연이은 단기 부양책이라는 무리수를 둬 온 것도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 집권 이후 2014년 단 한 해를 제외하고 3년째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것도, 여섯 번의 인하로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1.25%)까지 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경환 전 부총리 시절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한 것도 대표적 예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빚을 권하는 형국이 됐다. 이에 따른 부메랑은 1300조 원 수준까지 불어난 가계부채로 돌아왔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임시 공휴일 지정이니 개별소비세 인하니 하며 소비 촉진에 나섰다. 하지만 빚더미에 앉은 국민들이 소비할 여력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올 1월 소비절벽 역풍을 절감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가계부채의 총량관리 필요성도 공염불이 돼 왔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단계가 왔다. 미시 대책이라든가 총량관리를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놓고 처음으로 양적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했던 말이다.

다만 이 말을 한 시점은 1년 하고도 2개월 전인 지난해 6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다. 당시 한은은 수출부진과 중동호흡기 증후군(메르스) 사태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1.5%로 인하했다. 가계 빚 규모가 이미 1132조 원까지 불어나 있던 때다. 이후에도 한은은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만큼 완화적인 기준금리를 더 완화하겠다며 한 번 더 인하에 나섰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5월에 이어 오늘(25일) 가계부채 대책을 쏟아냈다. 5월에도 그랬듯이 한은이 가계 빚 지표인 ‘가계신용’ 자료를 발표하는 날 당국이 대책을 마련하는 모양새다. 가계부채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점을 인식해서겠지만 호떡집에 불난 것 같이 소리만 요란할 뿐 가계 빚 증가세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일부 금통위원은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앞으로 통화정책은 완화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언급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도 이달 금통위에서 “(금리)정책 여력이 소진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게중심이 가계부채보다 경기부양에 가 있는 셈이다.

마침 국회에서 추경안 통과가 늦어지면서 한은의 추가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은의 올해 수정경제전망치 2.7% 역시 조속한 추경 통과를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10월에 또 낮출 가능성도 높아졌다.

금리인하는 이 총재도 인정하듯 그 효과가 떨어져왔다. 오히려 은퇴한 이자 생활자들의 안정적인 삶을 빼앗았고, 전셋값 폭등의 원인을 제공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집을 사거나 급증한 전셋값을 지불하기 위해 빚을 내게 만들었고, 월세 지불로 가처분 소득을 줄어들게 했다. 그나마 소비 여력이 있는 계층을 빈곤층으로 내몬 셈이다.

이젠 3% 성장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날 때다. 그래야 급증하는 가계부채도 현 수준에서나마 멈추게 할 수 있고,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경제체질 개선에도 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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