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절세 집념에 폭식하는 화이자…“그러다 체한다?”

입력 2016-08-25 09:10수정 2016-08-2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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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업계 2위인 미국 화이자가 빅딜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포트폴리오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소리도 만만치 않다.

화이자는 24일(현지시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생제 사업부를 7억2500만 달러(약 8133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여기에 항생제 사업 성과에 따라 받는 로열티 등을 합치면 거래 가치는 15억7000만 달러가 넘는다. 화이자는 지난 2014년 아스트라제네카 인수를 시도했었으나 영국 정부의 반발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화이자가 제안한 인수금액은 1166억 달러에 달했다.

화이자는 최근 인수·합병(M&A)에 왕성한 식욕을 보이고 있다. 제네릭이든 희귀질환 치료제든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라면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바로 전날에도 화이자는 140억 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미국 항암제 개발사 메디베이션을 손에 넣었다. 메디베이션은 전립선암 치료제인 ‘엑스탄디’를 개발한 업체다. 메디베이션이 이 치료제만으로 거둬들인 지난해 1년 매출은 22억 달러에 달한다. 메이베이션 이전에도 화이자는 지난해 2월 바이오시밀러 제조업체 호스피라를 170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올해 아토피 치료제 업체인 아나코와 유전자 치료제 개발사 뱀부를 6억4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이처럼 화이자가 끊임없는 빅딜에 나서는 이유는 법인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화이자는 2014년 세 차례에 걸쳐 인수금액을 올리며 아스트라제네카에 적극적으로 구애를 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화이자의 합병 시도가 해당 기업의 절세만 도울 뿐 세수 확대나 고용창출 등 영국 경제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회의론이 고조됐고 결국 인수 시도는 물거품이 됐다. 지난 4월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였던 화이자와 앨러간의 M&A가 무산된 이유도 화이자의 이같은 꼼수에 미국 정부가 제동을 건 탓이었다. 보톡스 제조업체로 유명한 앨러간 인수를 위해 지난 3년간 공을 들여왔던 화이자는 인수 합병한 뒤에 본사를 아일랜드에 둬 법인세 부담을 줄이려 했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가 새로운 규제안을 발표, 화이자와 앨러간의 합병회사 본사가 아일랜드 주소를 갖고 있더라도 미국 법인세율(35%) 적용을 받게 되자 화이자는 앨러간 인수에서 손을 뗐다.

여기에 그간 효자상품이었던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의 미국 내 특허권이 만료되면서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시급한 상황도 이러한 화이자의 M&A 욕구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바이오 의약품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이 평가된 것도 화이자의 M&A 행보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제품 개발에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드는 의약품 특성상 직접 개발에 나서는 것보다 M&A로 브랜드를 통째로 인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투자 정보 웹사이트 모틀리풀은 이제까지의 M&A에서 화이자가 인수가를 너무 높게 부르는 경향이 있으며 인수 후 그에 걸맞는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아스트라제네카 항생제 사업부 인수의 경우 미국 이외 글로벌 시장에서 상용화할 권리 확보에 급급해서 나온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위해 특정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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