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중앙은행의 금융정책이 획일화하고 있다. 미국만 유일하게 긴축 노선을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금융완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는 25~26일 미국 와이오밍 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례 경제 심포지엄을 앞두고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힌트를 주지 않을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한편에서는 다른 선진국들이 추가 금융완화 기회를 엿보고 있다. 올해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 확대, 심지어 영란은행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대한 대응책으로 종합적인 완화책을 내놓는 등 주요 중앙은행들의 대담한 행동이 주목을 끌었다. 이같은 움직임은 진작부터 있었다. 최근 1년간 호주,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웨덴도 각각 금융정책을 완화해 그동안의 금리인상 노선에서 선회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WSJ는 세계적인 완화 기조에서 미국도 예외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연준은 2016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최대 네 차례의 금리인상 전망을 나타냈다. 하지만 시장은 이제 단 한 차례의 금리인상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만으로도 상당한 금융완화 효과를 내 미국의 장기금리 하락이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WSJ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세계 금융시장과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설정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보고서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제로(0) 금리에 비하면 어떤 수준이든 플러스권 금리는 높아 보이기 때문에 금융 정책을 약간 긴축하기만 해도 금융시장에서는 크게 여긴다는 것이다. 완화적인 금융정책의 확산으로 높은 투자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가 국경을 넘어 더 금리가 높은 나라의 통화가치를 끌어 올리고 있다.
WSJ는 이것이 점점 금융정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질랜드중앙은행은 최근의 금융정책 결정에서 성장 전망을 상향하고, 집값 상승에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이러한 통화 강세를 직접 요인으로 꼽고 금리를 인하했다. 연준은 최근 발표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보다 장기적인 금융정책을 논하고, 미국에 있어서 금융정책의 침투는 ‘바야흐로 세계로 널리 이어지고 있는’ 시장을 통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달러 강세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신흥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과 신흥국은 연준이 금리인상을 미루면서 혜택을 입음과 동시에 연준의 적극적인 자세에 제동을 거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두 번째 요인은 채권시장이 현재의 추세에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도이체자산운용은 “최근 회사의 투자전략은 모든 중앙은행의 정책에 직접 연결돼 있다”며 “그 이름값 정도의 금리 인상 국면을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저금리와 양적완화(QE)는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정책 노선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지워버린 것 같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어려운 상황의 핵심에는 세계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이 있고, 앞으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원인으로 남아있다.
다만, 현재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열쇠가 한 가지 있다. 원유 가격이 빠르게 회복해 2년여 만에 처음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전년 동기 수준을 웃돌고 있다는 점이다. 유가가 오르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하락 압력이 약해질지도 모른다고 WSJ는 예상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회복 위험을 반영하지 않았던 시장 심리가 바뀔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 전까지는 각국 중앙은행의 이례적인 금융정책 획일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