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고려대 총장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 침체와 중국경제의 추격으로 대외 수출경쟁력을 잃고 있다. 동시에 고용불안과 가계부채의 증가로 내수가 침체 상태이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아무리 기준금리를 내리고 통화공급을 늘려도 투자나 소비가 증가하지 않는다. 돈을 풀수록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모순이 나타난다. 이는 마치 사람이 심각한 병에 걸리면 아무리 음식을 먹어도 소화가 안 되고 몸무게가 감소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기업 부문에서 제조업 가동률이 70%밖에 안 된다. 30%의 설비가 유휴 상태라는 뜻이다. 당연히 기업투자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올해 기업의 설비투자가 지난해에 비해 3%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우리 경제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때 기업설비 투자는 매년 10% 이상 증가했다. 소비 위축도 심각하다.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2% 정도 증가할 전망이다. 2000년도만 해도 소비 증가율이 12% 이상 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소비 실종이다. 이런 경제에 돈을 계속 푸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부동자금은 부동산 투기 대기자금의 위험한 성격을 띤다.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하고 가격이 상승하면 무더기로 몰려가 투기 행각을 벌인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가열되면 주택담보 대출이 함께 늘어난다. 그러면 경제는 부동산 투기 거품에 휩싸이고 가계부채의 덫에 걸려 연쇄 부도 불안에 처한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과 한국은행의 저금리 정책은 부동산 투기의 최적 조합을 이루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살려야 내수가 살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로 적극적인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폈다. 분양가 상한가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유예, 재건축 조합원에 주택공급 확대 등 부동산 관련 3법을 폐지했다. 여기에 주택담보 대출비율과 총부채 상환비율을 대폭 완화하여 주택담보 대출을 자유롭게 받게 했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낮추자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중심의 부동산 투기가 날개를 달았다. 가뜩이나 저성장과 과잉 부채로 신음을 하던 경제가 방향 감각을 잃었다.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기업투자와 민간소비가 고사 상태로 치닫고 있다. 경제 성장동력이 꺼져 서민들이 실업과 부채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반해 부유층은 부동산 가격 상승과 임대소득의 증가로 인해 대규모 불로소득을 얻고 있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고 사회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향후 경기침체가 심화하면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가 붕괴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부동자금이 산업자금으로 흐르게 하여 경제 흐름을 정상화해야 한다. 그리하여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올바르게 하여 경제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고 과감한 금융과 조세지원 체제를 마련하여 기업의 창업과 투자를 늘려야 한다. 이러한 산업구조 개혁을 전제로 통화정책을 적절하게 펴야 한다. 부동산은 국민의 삶의 기반이다. 이를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삼아 투기의 희생물로 만드는 정책은 중단해야 한다. 더욱이 부동산을 살리기 위해 통화정책은 남발하면 경제는 투기 희생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