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시공능력 평가순위(토목건축공사업) ‘톱10’에 든 건설사들 중에는 대기업 그룹계열사들이 압도적이다. 이들은 지난해보다 순위가 상승했거나 동결돼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1위와 2위를 기록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각각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다. 두 건설사의 토목건축공사업 분야 순위는 그대로지만 시평액은 지난해 기준보다 상승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6조7267억원에서 올해 19조3762억원으로 올랐고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조7722억원에서 올해 13조2774억원으로 올랐다.
두 기업은 그룹 내에서의 입지도 굳건하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제일모직과 합병절차를 밟으면서 덩치가 더욱 커져 현대건설과의 격차가 벌어졌다. 하지만 같은 계열사인 삼성엔지니어링은 수년전 저가수주의 여파로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되며 19위 떨어진 41위를 기록했다.
현대건설도 현대차그룹의 주력건설사이자 업계 맏형답게 꾸준히 2위 자리를 지키며 두각을 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부동산시장의 열기로 정비사업 분야에서도 수주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도 지난 2014년 현대엠코와 합병 후 ‘톱10’ 진입에 성공한 후 올해는 7위까지 뛰어 올랐다. 이 건설사는 토목건축공사업 시평액이 지난해 4조8310억원에서 올해 6조357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또 범(汎)현대가로 볼 때 현대산업개발과 KCC건설도 시평순위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0위권에 진입한 뒤 올해도 10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평액은 지난해 3조9203억원에서 올해 4조8624억원으로 1조 가까이 상승했다. KCC건설도 25위로 지난해와 같은 순위를 유지했다.
최근 부동산시장 호황기를 맞아 주택사업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GS건설은 지난해 5위에서 올해 6위로 한단계 떨어졌지만 꾸준히 10위권 자리를 지키고 있고 대표적 대기업 그룹사의 계열사로 꼽히는 롯데건설과 SK건설도 계속해서 10위권 내에서 흔들림 없는 입지를 다지고 있다.
10위권 내에서는 4위에 오른 대우건설 만이 그룹의 지원이나 후광없이 건설전문기업으로 자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아울러 신세계건설과 효성도 지난해보다 순위가 각각 7계단, 5계단 올라 26위와 29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그룹계열사들이 약진한 것은 그룹의 힘 때문만은 아니다. 그룹 물량 지원 등의 요건이 있지만 통상 시평순위는 최근 3년의 실적의 평균을 토대로 정해지기 때문에 이들 업체의 꾸준한 발전과 실적 등이 쌓였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반면 올해 시평순위에서는 최근 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국토부는 올해 시평순위 평가를 진행하면서 법정관리․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등 경영상태 부실기업에 대한 경영평가액 산정방식 합리화로 이들 업체의 순위가 대부분 하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동아건설산업은 65위에서 116위로 51위나 순위가 급락했고 티이씨건설도 85위에서 108위로 23계단 하락했다. 동문건설은 90위에서 112위로 22계단 하락했으며 울트라건설은 57위에서 77위로 20위, 에스티엑스건설도 53위에서 70위로 17계단 떨어졌다. 이외에도 삼부토건이 42위에서 53위로 11계단 주저앉았고 신동아건설이 58위에서 67위로 9계단 떨어졌으며 고려개발이 32→39위로, 경남기업이 29위에서 35위, 남양건설은 95위에서 98위로 하락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워크아웃 건설사들의 경우 채권단 관리로 지표상으로만 좋아서 오히려 정상 경영되는 건설사들보다 좋게 나온다는 불만이 있어왔다”며 “시평순위는 공정성이 가장 중요한 만큼 사전검증 과정 등에서 많은 고민을 해 결과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공능력평가’는 발주자가 적정한 건설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건설공사실적․경영상태․기술능력 및 신인도를 종합 평가해 매년 공시(7월말)하고 8월1일부터 적용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