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은행연합회가 마련 중인 은행권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이 노사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은행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에 대한 외부 용역을 마무리하고 은행들과 조율을 거쳐 이번 주 내에 최종안을 발표한다.
은행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 초안에는 같은 직급이라도 성과에 따라 연봉을 최대 40%까지 늘리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자급은 연봉 차이를 최저 연봉의 30%, 일반 직원은 20% 이상으로 확대한 후 단계별로 40%까지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의 성과연봉 적용 비중보다 강화됐다. 수은의 성과연봉 평균 비중은 30%로, 개인별 성과연봉의 격차는 2배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금융노조는 은행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 초안 내용이 일부 공개되자 이날 은행연합회를 항의 방문했다.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 일행은 이날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을 만나 가이드라인 작성을 중단하고 철회할 것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금융공기업의 성과연봉제 도입 강행으로 가뜩이나 분위기가 안 좋은데 사용자 측의 가이드라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사실상 사측인 은행연합회가 성과연봉제 초안을 만들어 시중 은행장들과 이를 공유하고 논의한 것은 노동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저성과자 강제퇴출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금융노조는 오는 19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1만여 개 사업장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지부별 순회집회, 지부 합동대의원대회 등을 거쳐 9월 23일 총파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은행권은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더라도 실제 적용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사회를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한 금융공기업과 달리 민간 은행은 노조와의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사전협의도 없이 사용자 측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노조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리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성과연봉제는 현실적인 개인성과평가제도가 필수적인데 팀 단위의 업무가 많은 은행업 특성상 개별적인 성과를 평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가이드라인은 형식적인 지침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