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부상·강도 사건 등 사고 속출…도서관 방문·집에만 있던 아이들 친구 사귀는 등 긍정적 효과도
일본 닌텐도의 인기 캐릭터 포켓몬을 활용한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GO’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포켓몬 GO에 나온 몬스터를 잡으려다가 부상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이들을 노리는 강도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도서관 방문이 늘고 집에만 있던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 친구를 사귀는 등 긍정적 효과도 나오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정부 청사와 지하철 역, 공원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사람들이 가상의 포켓몬을 잡으려고 출몰하고 있다. AR과 위치추적기술의 결합인 이 게임을 통해 사람들은 실세계에 출몰한 포켓몬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면서 주변을 보지 못해 사고가 번번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다코타 슈워츠는 지난주 포켓몬 GO를 내려받고 지금까지 약 150개의 몬스터를 포획했다. 그러나 그는 한 테니스장에서 포켓몬을 잡으려다가 발목을 삐어 목발 신세를 지게 됐다.
로스앤젤레스(LA)에 사는 한 사용자는 거리 간판에 있는 포켓몬을 잡으려 하다 소화전을 못 보고 부딪혀 다리에 타박상을 입었다.
뉴욕의 다른 사용자는 포켓몬이 지하철 플랫폼에 걸쳐져 있는 것을 보고 너무 위험해 잡는 것을 포기했다는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당시 포켓몬이 흔한 종류여서 잡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 사용자는 자전거를 타고 포켓몬 사냥에 나섰다가 넘어져서 아이폰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화면이 깨졌다.
이런 사고에도 포켓몬 GO의 열기는 식을 조짐이 없다. 닌텐도 주가는 이날 도쿄증시에서 25% 폭등했다. 최근 수일간 시가총액은 약 90억 달러(약 10조 3400억 원) 증가했다. 리서치업체 센서타워는 미국에서 지금까지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서 포켓몬 GO를 내려받은 횟수가 약 200만회에 이르며 앱 내 구매는 하루 160만 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이 게임은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도 가능하다.
호주 북부의 다윈 경찰서는 게임 사용자들에게 “우리 건물이 ‘포케스탑(Pokestop, 알을 얻어 몬스터를 부화시킬 수 있는 곳)’으로 지정된 것 같다”며 건물 내부로는 들어오지 말 것을 당부했다.
다른 호주 경찰서는 포켓몬을 얻고자 배회하던 범죄 용의자 두 명을 체포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심각한 사고도 일어났다. 미국 미주리 주에서는 포켓몬 GO를 미끼로 10여 차례 강도 행각을 벌인 일당 4명이 체포됐다. 10대 소녀가 포켓몬 추격에 나섰다가 강가에서 시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일부 공공기간은 포켓몬 헌터들을 환영하고 있다. 인디애나 주의 한 공공도서관은 소셜 미디어에 “우리 도서관은 포켓몬으로 가득 찼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집에만 있던 아이들이 포켓몬 GO를 즐기려고 밖으로 나가 친구들도 사귀게 됐다는 사연을 소개했다.
게임은 로맨스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한 사용자는 같이 게임을 즐기던 여성과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했다. 그는 “낯선 이와 연결돼 있다는 기분을 느낀 적은 처음”이라며 “우리는 어린 시절을 공유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