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진출 소비 관련주, 중국 현지생산ㆍ소비 관련주 피해 확산 우려
실제 사드 배치 결정 소식이 전해진 후 국내 증시에서는 화장품, 카지노 등 중국 소비 관련주에서만 최소 3조 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정부의 대응 강도와 중국 내 반한 감정 형성 수위 등에 따라 현재 유커 관련주에만 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국내 증시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정경분리 원칙을 천명한 만큼 노골적인 경제보복은 단행하기 어려워 증시 전반의 악재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화장품·카지노 등 중국 소비 관련주 급락 = 급작스런 사드 배치 결정에 지난 8일 화장품·카지노 등 중국 소비 관련주에서 최소 3조2000억 원가량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위산업 관련주들은 강세를 보이며 시총이 500억 원가량 증가했지만 사드배치 결정에 따른 전체 시총 감소액은 3조1500억 원에 이른다.
특히 화장품 업체의 타격이 컸다. 대표적인 화장품 주인 아모레퍼시픽의 시총은 25조 원대에서 24조 원대로 1조1399억 원이 줄어들었고, LG생활건강(-8278억 원), 아모레G(-6383억 원), 한국콜마(-1162억 원), 코스맥스(-855억 원), 코스맥스비티아이(-307억 원), 토니모리(-147억 원) 등도 줄었다.
카지노 업체인 GKL(-1052억 원)과 파라다이스(-773억 원)도 시총이 크게 감소했다. 또한 하나투어(-337억 원)와 모두투어(-38억 원), 한화갤러리아타임(-24억 원), 인터파크(-33억 원), 인터파크홀딩스(-30억 원) 등 면세점주와 여행주의 시총도 뒷걸음질했다.
이 같은 중국 관련주들의 약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드배치 소식에 중국 내 수출 비중이 높은 소비주와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과 연관된 주식에 대한 시장의 우려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정부와 언론은 사드 배치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 측 실망감이 직·간접적인 행동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2차·3차 피해로 확대될 수 있어” =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이면서 생산 기지라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경제 제재 수단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 2000년 한국 정부가 농가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산 마늘에 대한 관세를 올리자 중국은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김 연구원은 “중국이 제재를 가한다고 가정할 때 직접적인 무역 제재보다 안전·환경규제·인허가 불이익·저작권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금융, 전자상거래, 미디어, 레저, 유통 등의 영역에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정부의 환경규제와 안전강화, 구조조정의 영향권에 있는 음식료, 자동차, 부품, 소재관련 상장사에 대해서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과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계 복원 노력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중국이 정경분리 원칙을 천명해 왔던 만큼 과거와 같은 노골적인 경제 보복을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곽병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정국 중 대중국 무역역조 문제가 화두 중 하나라는 점에서 중국이 선제적으로 보호무역 강화 카드를 꺼내 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증시 전반에 걸친 악재보다는 일부 중국 소비자에 대한 노출도가 높은 일부 업종에 대한 국지적인 악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향후 중국정부와 언론 대응수위에 따른 중국 일반 소비자들의 반한 감정의 형성수위에 따라 화장품과 카지노 등 중국 유커 관련주에 그쳤던 피해가 2차(음식료, 게임주, 미디어콘텐츠 등 중국진출 소비 관련주), 3차(자동차, IT 등 중국 현지생산·소비 관련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