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마리오, 글로벌 환율전쟁에 경종…“중앙은행들, 협조 좀!”

각국 중앙은행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 악재로 인한 외환시장 혼란으로 각자도생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경종을 울렸다.

드라기 총재는 28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포럼에서 주요국 중앙은행에 금융정책 공조를 촉구하며 환율전쟁에 대해 경고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통화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포럼에서 드라기 총재는 초저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융정책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국의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통화 약세 경쟁이 세계 경제에 타격만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화된 세상에서 글로벌 정책의 조합은 중요하며 세계 경제가 더 통합될수록 글로벌 정책의 융합은 더 중요해진다”면서 “각국의 통화정책이 다른 국가들과도 적절하게 조화되는지에 대해서도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쟁적 통화가치 절하는 시장 변동성을 키울 뿐, 모두에게 패배하는 전략인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면서 상대국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이해를 강화하고 의사소통을 개선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고 지적했다. 드라기 총재는 주요 중앙은행들의 협력에 대해 “선호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이는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드라기 총재의 일침은 최근 외환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와 엔화 등 선진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자 각국 중앙은행이 대응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영국 파운드화와 유로화는 브렉시트 여파에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환율이 출렁이면서 경제적 위기가 닥칠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던 중앙은행의 환율정책 딜레마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대표적인 경우가 영란은행이다. 영란은행은 파운드 가치가 급락하자 긴급 유동성을 공급했다. 현재 0.5%인 기준금리도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제는 금리를 인하할 경우 인플레이션 위협에서는 벗어날 수 있어도 파운드화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파운드 약세가 심화할 경우 영국 경제 성장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도 상황이 곤란한 것은 마찬가지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브렉시트가 발발하기 전 조기 금리인상이 유력시됐으나 달러 강세 여파에 수출기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올해 금리인상 자체가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도 마이너스 금리 폭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지난 1월 마이너스 금리 도입 당시 홍역을 치른 터라 해당 정책이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드라기 총재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각자도생이 아닌 각국의 공조로 얻어진 통화정책의 속도는 각국의 국내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드라기 총재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넘어서 정치인들의 재정정책을 통해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WSJ는 대부분의 선진국이 현재 상황에서 재정지출과 세금 인하 등을 감당할 여력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