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브렉시트가 우리은행 매각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브렉시트로 인한 세계 금융시장의 충격은 우리은행 매각 작업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브렉시트는 당장 우리은행 매각의 전제 조건인 주가 상승을 가로막았다.
우리은행 주식은 이광구<사진> 행장이 첫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시작한 지난 2월부터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2월 16일 종가 기준 21.29%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브렉시트 결정 하루 전인 지난 23일 25.15%까지 증가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 4월 우리은행 주가가 5개월 만에 1만원대를 회복하자 중동 국부펀드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매각 논의가 다시 활기를 띠는 등 분위기가 되살아났다.
이 행장은 미국, 일본 등 해외 유력 기관 투자자들을 추가로 만나 우리은행의 경쟁력을 직접 설파하고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최근 열린 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은행 매각 여건이 갈수록 나아지는 만큼 의지를 갖고 매각을 추진하겠다”며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바 있다.
우리은행 매각 성사에 대한 기대감은 브렉시트라는 거대 암초를 만나 급반전됐다.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적정 주가를 주당 1만3000원 수준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EU 탈퇴 소식이 한국 증시에 전해진 지난 24일 우리은행 주가는 9780원을 기록했다. 27일 종가기준 우리은행의 주가는 9480원으로 이보다 300원 더 하락했다.
브렉시트의 여파로 안정적인 자산을 선호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거 이탈은 우리은행에 커다란 악재가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한 중동 국부펀드와의 협상 불발에 이어 브렉시트까지 우리은행 매각 작업이 가시밭길”이라면서 “국내 증시에 이제 막 충격파가 전해진 만큼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다만, 브렉시트로 인한 일시적인 상황이 태핑(시장 수요조사), 잠재 인수자 발굴 등 우리은행 매각 추진 작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지분 51.06%를 4~10%씩 쪼개 파는 ‘과점주주 매각방식’으로 다섯 번째 민영화가 진행 중이다.